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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시간 빈곤’] ‘일’은 OECD 평균의 1.3배 ‘잠’은 꼴찌… 법 개정은 노·사 모두 외면

한국인 ‘저녁이 없는 삶’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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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삶.’ 손학규 전 의원이 2012년 대선 당내 경선에서 ‘슬로건’으로 내걸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말이다. 그러나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들은 저녁이 없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2163시간으로 조사 대상 24개국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OECD 회원국 평균 1770시간보다 1.3배 긴 수준이다. 연간 근로시간이 2000시간이 넘는 것은 멕시코, 한국, 그리스, 칠레뿐이다. 반면 수면시간은 OECD 꼴찌다. 조사 대상 18개국의 일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22분인데 한국인은 7시간49분으로 33분이나 적었다. 가장 오래 자는 프랑스인은 매일 8시간50분으로 우리보다 1시간1분 더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대한민국 근로자들은 남들 잘 시간에 일하고 있는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4월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고용부 관계자는 4일 “이 법이 통과되면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장시간 근로 문제를 없애고 일·가장 양립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노동계와 산업계 모두에 외면받고 있다. 노동계는 근로시간이 줄면 임금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임금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기업은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근로자를 더 채용해야 하는 부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빈곤층에 대한 소득 지원이나 육아 지원 정책 등에 ‘부족 시간’을 정부가 비용으로 환산해 지원해줘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일하는 여성’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가사노동시간’에 따른 비용이 감안돼야 하지만 가사노동은 ‘그림자 노동’으로 정책 고려사항에서 열외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빈곤층 복지 정책의 기준이 되는 최저생계비 역시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 결정된 내년 최저생계비는 전년 대비 2.3% 오른 166만8329원이다. 2.3% 인상률은 최저생계비를 계측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고, 2014년 인상률(5.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빈곤사회연대 관계자는 “내년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 기준으로 식료품비가 하루 7500원, 한 끼에 2500원 수준으로 편성되는 등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이라는 최저생계비 정의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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