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이장원] 저성장 시대의 성과주의 기사의 사진
성과로 말하라는 경구가 기업 안에서 자주 통용된다. 아울러 저성과자로 판명된 직원들을 조용히 내보내는 것이 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성과 목표로 자주 제시된다. 성과 측정은 주로 동료들과의 비교를 통해 S, A, B, C, D 등급으로 강제 배분되며 그래서 성과란 말은 직원들에게 불편하거나 두려운 개념이고 회사에는 편리하고 유용한 도구이기도 하다.

민간 기업들도 그렇고 공공부문에서도 여전히 성과에 따른 임금 수준의 격차를 더 벌려나가기 위해 성과연봉제, 성과급제,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런 성과주의의 등장이 요사이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의 호황기 때보다 최근의 경기 침체 및 저성장 국면에서 효율성, 생산성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더 강조된다.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그런데 잘하는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로 작동하면 충분할 성과급이나 성과 평가가 기업들의 저성장기를 넘기는 인사 원칙으로 활용되는 데는 많은 주의와 성찰이 먼저 필요하다. 과연 어려운 시기에 가뜩이나 고용 불안정이나 사기 저하를 느끼는 직원들에게 성과에 따른 인사관리 강화가 효과적일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현재의 저성장이 경기 순환상의 문제가 아니라, 창조적인 노동과 품질 경쟁이 아니라 야근문화와 단가 경쟁으로 인한 우리 기업들의 생산성과 경쟁력 저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맹목적인 성과주의 신봉은 다시 눈치보기식 야근과 단기 수익 창출이라는 악순환 국면을 강화할 가능성이 많다.

얼마 전 전경련 국제경영원이 기업 인사 담당자 3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저성장기 위기 극복을 위한 인사관리 전략’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93%에 달하는 대다수 기업이 현재의 경제 상황을 일시적인 불황이 아니라 구조적인 저성장기의 도래로 인식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당연히 이후에 많은 기업이 고용 조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 저성과자에 대한 차별적 보상을 통해 전혀 명예롭지 않은 명예퇴직을 유도하는 사례가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경제의 구조적인 한계와 위기적 상황에 봉착해서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것은 단지 직원들의 경쟁심을 자극하는 조직문화가 아니라 모두가 같이 살아남을 조직 혁신에 같이 참여하는 것이다. 저성과자를 가려내는 문제보다 중요한 것이 저생산성의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혁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진국 기업들의 대략 절반 수준에 그치는 저생산성을 초래하거나 강화해주는 기존의 일하는 방식과 보상 방식의 전환이 당연히 논의되어야 한다.

자신의 직무를 자신의 재량 하에 수행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이어야 성과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기존 방식대로 일하고 그 결과에 대해 등수만 매기는 데 익숙하다. 심지어 R&D 인력도 새벽별 보며 통근차로 같이 출근하고 야근이 유능한 인재임을 증명하는 결정적 잣대가 된다. 인구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 인력은 전투적인 기업 조직문화 탓에 웬만하면 교사나 공무원으로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출산과 육아 이후에 노동시장에 돌아와도 연공급 위계질서에 의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차별적 임금 수준을 강요받는다. 그러니 결혼 안 하거나, 늦게 하거나, 하더라도 아이는 한 명만 낳는다는 비극적인 저출산· 고령화의 덫은 결국 국가경제 전체에 저성장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저성장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던져준다. 그 스트레스를 풀려고 성과주의 경쟁만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의 해법이 아니다. 지금은 모두의 평균적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기본적 혁신이 필요하다. 풍요는 사람들의 기존 타성을 변화시키지 못하지만 위기는 성찰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종업원 간 성과 경쟁만 독려하기보다 기업 성과가 왜 한계에 봉착했는지 성찰해볼 시간이 왔다. 성과는 보완적인 인사관리 요소다. 핵심적인 인사관리 전략은 생산성 한계를 전면적으로 혁신할 수 있어야 한다.

이장원 한국노동원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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