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명호] 스윙보터를 주목하라 기사의 사진
4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집토끼조차 지키지 못했다. 공화당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당의 참패였다.

정확한 의석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내줬다. 미국 의회는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모조리 차지하는 승자독식 구조다. 이미 다수당을 내줬던 하원도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의석 차이로 지고 말았다. 의회 권력을 몽땅 내준 것이다. 워싱턴 정치의 명백한 권력이동이 있었다는 의미다. 미국 의회의 실체적 권능과 현실적 권력은 대통령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의회가 OK 사인을 주지 않는 한 오바마의 정책은 거의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참패 원인은 뭔가. 주로 흑인, 소수민족, 여성, 젊은층, 서민층 등 집토끼들이 상당수 지지를 철회했다. 선거 전주의 워싱턴포스트·ABC방송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를 ‘지지한다’가 44%, ‘지지하지 않는다’가 50%였다. 6% 포인트 격차는 6년 재임 중 최악이다. 오바마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 개혁입법도 보수층, 나아가 중산층의 민심이반까지 일으켰다. 비싸서 보험에 못 드는 빈곤층 3200만명이 100달러 이하 수준에서 가입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으나 이 부담이 그대로 중산층으로 전이됐기 때문이다. 명분은 좋았지만 돈을 빼앗긴 중산층의 시선이 싸늘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공화당이 잘했다고 인식하는 여론도 거의 없다. 뉴욕타임스는 분석에서 “공화당이 승리는 했지만 ‘반대’ 외에는 제대로 한 것이 없다”고 규정했다. 체감경기가 살아나지 않았다, 외교적 성과가 없었다, 대외정책에서 우유부단했다, 이런 부정적 평가들도 적지 않았다.

오바마에게는 이렇듯 긍정적 요인이 거의 없었다. ‘담대한 변화’를 내걸고 흑인 최초로 선택돼 화려하고 야심차게 출발했던 오바마가 왜 이렇게 초라하게 됐을까.

무엇보다 가장 큰 요인은 중간지대, 이른바 스윙보터(swing voter)에 대한 전략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현지 선거 전문가들은 오히려 전략적 극단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정치 행위에 중점을 두었다는 평가를 한다.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 전략이다. 오바마는 사실 임기 동안 주로 이 같은 정책이나 정치 전략을 주로 활용했다. 산토끼는 무시하고 집토끼를 확실히 챙기자는 뜻인데, 이마저도 실패했다. 공동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성향 유권자 중에서조차 53%가 그를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일부 민주당 후보들의 이번 선거 전략은 ‘오바마와 거리두기’였다.

일부 지지층과 중간지대의 표심을 떠나가게 만든 정치행위, 이것이 패배 원인의 핵심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이번 결과는 2016년 대선까지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

한국과 미국의 정치 환경은 상당히 다르다. 하지만 정치의 본질, 선거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오바마의 참패는 우리 정치가 눈여겨봐야 한다. 한국 정치에선 중간지대에 대한 정치 전략이 눈에 띄지 않는다. 세월호 정국에서 보듯 여야는 상황을 정략적으로만 이용하거나 책임감 없이 눈치만 보는 태도로 일관했다. 반대하는 공무원들의 규모와 위세에 눌려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쩔쩔매고 있다. 무상급식·보육은 정파적 관점에서만 접근한다. 실체보다 목소리 크게 내는 세력에 대한 정치권의 논리적 반박이나 무게 있는 설득은 찾아볼 수 없다. 침묵하는 다수를 내 편으로 구체화시키는 전략이 없다는 말이다.

이러면 여든 야든 지지층 일부는 지지 의사를 거둬들인다. 비례해서 중도 성향 그룹은 커져만 갈 것이다. 지금 정치권 인물들이나 실력이면 이런 현상은 2016년, 2017년 총선과 대선 때 극대화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중간지대를 놓쳐버린 오바마는 이번뿐 아니라 다음 대선까지도 민주당을 위험하게 만들었다. 점차 세력화되고 확대돼 가는 중간지대, 이 그룹을 확 사로잡는 어젠다를 내놓는 세력이 우리 정치의 승자가 된다.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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