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완충지대가 필요하다 2] 최성애 박사 “아이가 품은 독소, 사회적 해악으로 돌아와” 기사의 사진
심리치유 전문가인 최성애(사진) 박사는 아이들이 품고 있는 독소가 반드시 사회적 해악으로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한 아이의 비극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주변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성장해 가정을 꾸린 뒤에는 그 자녀에게 대물림된다고 했다. 가정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학교가 2차 방어선, 상담 기관이 3차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박사는 감정코칭협회장을 맡고 있다. 세월호 참사 때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심리치료에 참여했던 위기 청소년 전문가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이들에게 독소가 쌓이는 원인은.

“애착(愛着)손상을 입은 경우가 많다. 화초도 여기저기 옮겨 심으면 뿌리내리지 못하고 죽어버리듯 가족이 해체돼 여기저기 맡겨지거나 양육자로부터 학대·방치된 아이들은 고위험군으로 성장하기 쉽다. 이런 상황 자체도 상처지만 애착손상으로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악화된다.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 사랑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상처받기 쉽다. 예를 들어 보자. 독일에 자주 가는데 그 사람들도 김치 좋은 걸 안다. 그런데 엉뚱한 음식을 보고 ‘이것도 김치냐’고 묻는다. 진짜 김치 맛을 모르니까 분별력이 없다. 사랑의 맛을 모르는 아이들도 비슷하다. 미혼모 아이들을 상담하는데 많은 아이는 성적으로 착취당하는지 몰랐다. 이들이 미혼모 시설을 나갈 때는 ‘남자와 상종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임신해 다시 나타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독소를 빼내려면.

“독소를 품은 아이는 긍정적인 자극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상담자를 비웃거나 냉담하게 대한다. 애착손상에 따른 불신으로 당연한 반응이다. 디톡스(해독) 방법으로는 일단 운동을 많이 하는 게 좋다. 아이들과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경험을 많이 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작은 일에 성공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감사 일기도 도움이 된다. 주변에서 감사한 일들을 적어보게 하는 건데 일기가 날이 갈수록 감사하는 일로 빼곡해진다. 무엇보다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 학교는 교사들이 위기 아이를 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위기 아이는 훨씬 손이 많이 간다. 교사가 금방 탈진해 버린다. 게다가 이런 아이들은 성과가 불투명하다. 좋아진 듯하다가도 금방 말썽을 부린다. 공부 잘하는 애들 잘 관리해서 좋은 대학 보내는 게 오히려 쉽고 그러면 유능해 보인다. 또 교사들은 엘리트 집단이다. 아이들이 겪는 고통을 모르고 자라서 잘 공감하지 못한다. 교원 양성기관도 이런 아이들 다루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온전한 가정에도 위기학생이 많다.

“자식을 한두 명 낳는 요즘 부모는 대부분 초보다. 초보 딱지 떼면 애들은 이미 자랐고 후회가 남는다. 부모 교육이 절실하다. 부모 유형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억압형은 아이가 화내거나 울 때 ‘쉿’ ‘뚝’ 하며 제압해 버린다. 공격적이거나 반대로 무력해진다. 축소전환형은 ‘우는 것도 귀엽네’라며 무시하고 ‘사탕 사줄게’라며 관심을 딴 데로 돌리려 한다. 주관이 없고 책임감 없는 아이로 큰다. 방임형은 팔짱끼고 지켜본다. 자기 통제력이 부족해 이기적인 아이로 성장하기 쉽고 ‘왕따’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아이는 부모가 자기감정을 정확히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진정된다. 그때부터 대화가 시작돼야 한다.”

이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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