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일어나면 우리나라 고산지대 생태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3년 전 국립산림과학원은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2020년이면 고산지대 침엽수림의 80%가 멸종될 우려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부분 학자들도 기온 상승이 지속되면 우리나라 특산종 구상나무를 비롯한 고산식물 서식 환경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가장 민감한 지역은 설악산국립공원 대청봉 일원이다. 남한에서 비교적 북쪽지역의 높은 곳에 위치한 대청봉에는 한때(빙하기)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했던 식물들이 기후변화에 떠밀려 올라와 이곳에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식물이 눈잣나무, 노랑만병초, 홍월귤, 설악눈주목 등인데 남한에서는 유일하게 대청봉 일원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들 식물이 마지막 피난처로 선택한 이곳도 안전하지는 않다. 1990년대까지 많은 등산객과 무분별한 야영이 있었고 지금도 수많은 탐방객들 발길이 오가면서 맨땅으로 드러나는 면적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희귀식물에 속하는 눈잣나무는 설악산 고산지대에만 분포하는데 강한 바람 때문에 다른 잣나무와 달리 낮게 누워서 자라는 특징이 있다. 눈잣나무 열매는 잣까마귀가 특히 좋아하는 먹이다. 8∼9월이면 열매가 익는데 잣까마귀가 나중에 먹을 요량으로 멀리 숨겨놓은 것이 싹을 틔워 번식하기도 한다.

문제는 탐방객들이 대청봉을 향해 다니는 600m의 탐방로가 눈잣나무 서식지를 가로지르고 있어 훼손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공단은 이를 보호하기 위해 2012년부터 탐방로 폭을 2m로 줄이고 주변 훼손지 토양을 안정시키는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이곳에 눈잣나무 묘목 250개체를 이식했다. 또한 잣까마귀나 다람쥐 같은 동물들이 눈잣나무 종자를 다 먹어치우지 못하도록 종자 보호망 700개를 씌우고, 종자 1만개를 채집하여 증식 복원용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설악산 대청봉은 한겨울이면 영하 25도 안팎까지 내려가는 혹한 지역이라 땅이 얼고 녹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토양층이 불안정하다. 게다가 강풍이 잦기 때문에 식물이 뿌리를 내리는 것이 쉽지 않다. 때문에 한 번 식생이 훼손되면 복원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탐방객들이 탐방로가 넓어지지 않도록 정해진 길로만 다니고 샛길을 만들지 않아야 고산지대의 생태계 보호를 도울 수 있다.

백상흠(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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