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다시 개헌론에 대해 기사의 사진
“그분들은 본인이 대통령이 되어서 본인들 권한을 다 행사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

이재오 의원이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했다는 말이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 문재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을 겨냥해서 한 말이라고 동아일보가 전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들어가 보지 않았으니 그 속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런데 이 의원은 뭘 하고 싶어서 그렇게 줄기차게 개헌을 졸라대는지도 궁금하긴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럼뉴코리아’ 조찬모임 강연을 통해 “국회의원 당신들이나 똑바로 하라”고 일갈한 바 있다.

“당신들이나 똑바로 하라”

이보다 사흘 앞서 역시 새누리당 소속인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의원들이, 다선 국회의원들이 이원집정부제를 해가지고 입법권도 갖고 행정권도 독차지하겠다는 속내를 보인 것”이라고 비난했었다. 이 의원이 개헌을 주장한 것은 지난 정부 때부터다. 그 훨씬 이전,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월 9일 느닷없이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안했다. 국회가 거부하면 의사당 돌계단에서라도 개헌 발의를 하겠다는 현직 대통령의 압박에 여야 정당과 대선후보들이 ‘18대 국회에서의 개헌’을 서약하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개헌론은 1987년 개정 헌법에 따라 국민 직선 대통령이 된 노태우정부 때부터 이미 대두됐었다. 90년 1월 이른바 ‘3당 통합’은 노태우·김영삼·김종필 3인의 ‘내각제 밀약’ 위에 성립했다. YS의 거부로 결국 이 밀약은 무산되고 말았지만 후에 JP가 ‘DJP연합’이라는 것을 하면서 다시 이를 고리로 삼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DJ)도 이를 수용했으나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론은 꺼지지 않은 채 노무현정부를 거쳐 18대 국회에서 미래한국헌법연구회, 19대 국회에서는 개헌연구회가 구성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임기 말년에 여당 의원들에게 적극적인 개헌 논의를 주문한 바 있다. 이재오 당시 특임장관의 개헌 불 지피기가 호응을 얻지 못하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었다.

개헌론의 명분은 제왕적 대통령제, 승자독식 구조 등을 해체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제시돼 왔다. 현행 헌법은 너무 낡아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 이런 논리들은 별로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어느 쪽이 더 제왕적인가

지금의 5년 단임제 대통령은 제왕이 될 수가 없다. 현실 정치과정에서는 오히려 여야 정당들의 제왕적 위세 과시가 더 두드러져 보인다. 그리고 ‘승자독식’ 운운하는 것은 대통령제가 싫다는 뜻일 뿐이다. ‘분권형 대통령제’란 이름은 그럴듯하지만 한마디로 행정권을 국회가 갖겠다는 욕심의 표현 아닌가.

‘낡은 헌법’론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30년 가까이 지난 헌법이 아니냐고들 하지만, 개헌론은 9차 개헌 직후부터 나왔었다. 낡은 헌법이어서가 아니라 권력을 나눠 갖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었던 것이다.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이 되기만 한다면 여야의 중진 의원들은 두고두고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들 계산하고 있지 않을까.

국민이 생각하는 개헌의 방향은 국회의원들의 그것과는 전혀 다를 듯하다. 국민 주도로 개헌 작업을 하라고 한다면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 불체포 및 면책 특권 배제, 국회의원 선수 제한 등을 우선적으로 다루려 할 것이다. 중앙집권적 정당체제 해체, 중앙당 지도부의 권한 강화를 위한 국회선진화법 개정도 추진할 법하다. 유력 정치인들이 국회를 무력화시키는 작태를 더는 봐줄 수는 없다는 게 민의일 테니까.

임기 5년의 대통령이 갖는 권력보다 선수 제한이 없는 국회와 정당의 유력자들이 갖는 권력이 더 무섭다는 것을 국민은 겪어서 알고 있다. 개헌이라면 당연히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일부 개헌론자들의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아전인수도 유분수지!

이진곤 경희대 객원교수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