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450만 시대, ‘골드 싱글’ 1세대 노후가 두렵다… 보건사회硏 독신 보고서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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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지방대 교수 김모(46)씨는 혼자 산다. 처음부터 독신으로 살 생각은 없었다. 15년간 외국에서 공부해 교수가 됐고 일에 몰두하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흘러버렸다. 30대까지는 외로움을 느껴본 적이 없다. 결혼한 친구들이 가정에 매여 지낼 때 그는 자신에게 투자했다. 학교 근처와 서울에 집이 한 채씩 있고 연금보험만 3개나 부은 ‘골드 싱글’이다.

40대 후반에 들어선 지금은 자주 외롭다고 한다. 김 교수는 12일 “내가 상상했던 독신의 삶은 여기까지였던 것 같다. 장년기와 노후를 어떻게 보낼지, 혼자 늙어가는 문제를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문득문득 두렵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가 없으니 일단 모은 돈으로 장학사업을 하고 더 늙으면 실버타운에 가면 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려한 싱글’이란 말이 한국에 상륙한 건 1994년이다. 미국 잡지 편집장 헬렌 걸리 브라운의 책 ‘나는 초라한 더블보다 화려한 싱글이 좋다’가 출간되면서 독신 신드롬이 시작됐다. 98년에는 재력을 갖춘 전문직 독신 여성을 가리켜 ‘골드 미스’란 표현도 등장했다.

이렇게 90년대 본격화된 ‘골드 싱글’ 1세대는 약 20년이 흐른 지금 40대 후반∼60대의 장년층이 됐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5.3%(453만 가구, 2012년 기준)를 차지하는 ‘1인 가구’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돌싱’(돌아온 싱글). 황혼이혼 가구, 독거노인 등이 1인 가구 집단을 구성하고 있다. 이들의 노년은 어떨까. 화려했던 싱글은 어떻게 늙어가고 있을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20대 이상 1인 가구 4000명을 전화 인터뷰해 ‘1인 가구의 현황과 정책적 함의’란 보고서를 냈다. ‘독신 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20, 30대 1인 가구는 52.7%로 절반을 넘었지만 40, 50대는 41.9%로 낮아졌고 60대 이상에선 36.7%에 그쳤다.

반대로 ‘혼자 살면서 힘든 점이 있다’는 응답은 40∼44세 59.8%에서 55∼59세 70.2%로 크게 증가했다. 우리나라 독신의 삶은 나이가 들수록 ‘화려한’이나 ‘골드’ 같은 수식어가 무색해지고 있었다.

혼자 늙어가는 이들에게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 60대 이상 남성은 가사 등 일상생활의 어려움(28.9%)을 꼽았고, 여성은 아플 때 간호해줄 사람이 없다는 점(44.0%)을 호소했다. 40, 50대 남성은 불안감과 외로움(34.5%), 여성은 역시 간병(32.9%)을 지목했다. 소득도 ‘노후의 색깔’을 좌우한다. 월 200만원 이하는 간병 문제, 200만원 이상은 심리적 불안감과 외로움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경제력이 충분치 않아 선택지가 적은 독신 노년의 노후는 초조하기만 하다. 혼자 죽음을 맞는 ‘고독사(孤獨死)’가 증가하면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1인 가구 450만 시대를 맞아 고독사 현장을 수습하고 장례를 치러주는 민간단체까지 등장했다.

한마음장례실천나눔회 이재동(57) 사무국장은 “내가 죽으면 시신을 처리해 달라고 부탁해온 사람이 올해만 83명”이라며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독사 현장을 청소하는 ‘특수 청소업자’ 김새별(40) 대표는 “혼자 쓸쓸하게 살며 건강관리도 잘 못하는 40, 50대 중년층의 고독사가 최근엔 주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Key Word] ‘골드 싱글’
학력·경제력 등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도 혼자 사는 독신 남녀를 일컫는다. 고소득 전문직 독신 여성을 가리키던 '골드 미스'에 남성을 포함시킨 용어다.


양민철 황인호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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