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계동] 통합과 통일, 연합과 연방 기사의 사진
통합과 통일의 개념은 분명하게 다른데 혼용하는 경우가 있다. 보편적으로 통합은 ‘과정’이고 통일은 ‘결말’로 보면 정확하다. 통합의 예로는 유럽 통합을 들 수 있다. 1952년 ECSC(석탄철강공동체)부터 시작된 유럽 통합은 6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진행 중이다. 불완전한 화폐 통합이 이루어졌고, 정치 통합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치 통합까지 완결되어 유럽합중국(USE)이 된다면 이것이 유럽의 통일이다.

통일의 개념은 분단국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간혹 분단국의 통합, 예를 들어 남북한 통합, 남북한 체제 통합이라는 용어도 사용되고 있다. 이 경우는 분단국이 하나의 국가를 이루는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분단국이 하나로 되어 가기 위한 과정에 중점을 둔다는 의미다. 유럽 통합과 같이 점진적으로 협력하면서 제도적으로 하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유럽 통합은 ECSC부터 시작하여 경제공동체(EEC), 유럽공동체(EC)를 거쳐 유럽연합(EU)으로 발전해 왔다. 이와 같이 분단국도 점진적인 통합 과정을 거쳐 통일까지 간다는 의미다.

이러한 통합과 통일의 개념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남북한의 통일 방안이다. 남한의 통일 방안은 통합의 과정을 보여주고, 북한의 통일안은 이러한 통합의 과정 없이 단번에 통일을 하자는 내용이다. 남한의 통일 방안은 1994년의 ‘민족공동체 3단계 통일안’이다. 화해 협력, 연합, 통일국가 형성의 3단계를 제시하고 있는데 핵심은 두 번째 단계인 연합이다. 북한의 통일 방안은 1980년에 제시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이다. 이 안은 중간 과정 없이 남북한이 ‘최고민족연방회의’를 수립해 남북한이 각기 보유한 주권을 이 중앙정부에 이관하고 남북한 정부는 지역정부가 되는 제도다. 따라서 남북한 통일안의 주요 쟁점은 연합과 연방이다.

연합과 연방은 하나의 구성체를 만든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 개념은 큰 차이가 있다. 연합의 경우는 유럽연합을, 연방은 미국의 국가체제를 보면 된다. 둘을 구별하는 중요한 요인은 외교권과 군사권을 포함하는 주권의 소재다. 연합의 경우 연합체는 주권을 보유하지 못하고 구성단위들이 주권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연합 자체에는 주권이 없지만 그 구성 단위인 영국, 프랑스 등과 같은 회원국들이 주권국가들이다. 이에 반하여 미국과 같은 연방국가의 경우 구성 단위인 주정부들은 주권을 보유하지 못하고 연방정부만이 주권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결합 방식에 차이가 있는데, 연합의 경우 국가들의 조약에 의해 결합이 되고, 연방의 경우에는 국가의 헌법에 의해 연방국가가 된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볼 때 남북한의 통일 방안은 뚜렷하게 차이점을 보인다. 공통점을 찾을 수 없고, 이에 따라 합의통일을 한다 해도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결점이 나타났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발표된 6·15공동선언의 제2항이다. 그 내용은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선언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의 개념이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완성형의 연방제 안을 줄기차게 제의해 왔는데, 1990년대부터 체제 위기가 시작되면서 단계적인 연방제 안으로 내용을 수정해 제의하고 있다. 남한에 비해 열세에 놓이게 되면서 급진적인 완성형의 연방제 통일을 하게 되면 북한이 남한에 흡수통일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단계적인 연방제를 제의하고 있으며, 이것이 ‘낮은 단계 연방’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0년 10월 9일자 노동신문에서 낮은 단계 연방은 남북한 두 정부가 ‘정치, 군사, 외교권 등 현재의 기능과 권한’을 갖고 통일을 해 나가자는 안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낮은 단계 연방은 남한이 제의한 연합과 같은 형태임을 알 수 있다.

김계동 연세대 교수 국가관리연구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