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이훈삼] 감사의 계절이고 싶다 기사의 사진
자유무역협정(FTA)에 격렬히 반대하던 숨결이 아스라해진 지금, 이미 우리는 미국과 유럽연합에 이어 세계 최대 시장이라 일컫는 중국과의 FTA 타결 소식도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세계 3대 거대 경제권과 모두 협정을 맺음으로써 세계경제와 더욱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고 수출주력 국가인 우리나라의 시장 개척에 유익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수용할 수는 있겠다. 이미 수입과 수출에서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FTA는 13억 거대 시장을 새롭게 개척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타결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걱정의 한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이미 FTA 타결 이전부터도 급증하고 있는 중국산 농수산물 수입과 무역적자액이다. 벌써부터 시장과 식당의 농수산물은 중국산이 지배한 지 오래됐고 일반 가정의 식탁까지도 중국산이 점령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좀 꺼림칙하기는 해도 워낙 중국산 가격이 저렴하니 그냥저냥 넘어간다지만 평생 땅과 바다에 기대어 살아온 농어민들은 협상 타결 소식에 한숨을 거둘 수가 없다. 경쟁할 수도, 포기할 수도, 대체할 수도 없는 절망감이 농어촌을 짓누르고 있다. 이제 국회 통과만 남겨놓고 있는 한·중 FTA 비준 절차 과정에서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농수산업의 폐해를 최소화하고 농수산업을 유지할 수 있는 보장 방법을 보다 세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농수산업 유지 방안 모색해야

농수산업이 심대한 타격을 받는 반면 반도체나 자동차 등 공산품 분야는 우리가 상대적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한다. 공업 분야에서 큰 이익을 남겨 외국의 값싼 식량을 구입하면 농수산업이 좀 타격을 입어도 국가 전체적으로는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물론 현재의 세계경제 구조와 식량 사정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 위에서 말이다. 그러나 과연 세계경제는 지금의 구조를 언제까지나 유지할 수 있을까.

1997년 치욕적인 국가부도 사태를 겪었을 때 대한민국은 국제사회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웬만한 것은 다 팔아 나랏빚 갚기에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우리는 아주 빠른 시기에 IMF를 극복한 나라가 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아쉬운 것은 미래 식량산업의 씨앗인 종묘산업을 외국 다국적 기업에 팔아넘긴 것이다. 우리나라 종묘 기업 중 규모 1위부터 4위까지 기업이 모두 외국의 소유가 되어버렸다. 언제부터인가 작물의 씨를 받아서 내년에 심는다는 말은 불가능한 현실이 되었다. 씨를 받아놓았다가 다음해 심어도 열매를 맺지 못하도록 종묘 기업이 유전자 조작을 해서 판매하기 때문이다. 종묘 회사를 통하지 않고는 씨앗을 구할 수 없기에 해마다 씨앗을 종묘 회사로부터 사서 심어야 한다. 만약 어느 시점과 환경에서 종묘 회사들이 일제히 우리나라 농가에 씨앗 판매를 중단해 버리면 우리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천재지변이나 세계 전쟁 또는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식량과 씨앗을 무기화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그때 우리는 농수산물 식량 대신 자동차나 반도체를 먹을 수 있는 것인가.

정책적 대안과 함께 개인의 실천을

국가의 미래를 위해 식량안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수산 대국들과의 FTA는 독이 든 사과일 수 있음을 깊이 새겨야 한다. 따라서 우리 정부와 국회는 최소한의 미래 국가식량 확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강구해야 한다. 또한 국민도 생활 속에서 우리 농수산물을 지키기 위해 구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FTA라는 매혹적인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절박한 현실을 보아야 한다. 개인 실천에서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생활협동조합의 활성화다. 우리 농수산물 생산자와 소비자를 신뢰와 상생의 관계로 엮어내는 생활협동조합 활동에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번 주일은 무거운 추수감사주일이 될 것 같다. 감사절을 며칠 지나 20일엔 농민들이 서울광장으로 쏟아져나와 울부짖는다니까.

이훈삼 주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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