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새벽 기사의 사진
강승희 판화전(27일까지 서울 관훈동 노화랑·02-732-3558)
비우는 것은 채우기 위한 것이다. ‘동판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판화가 강승희(추계예대 미술대학장) 작가는 30년 가까이 새벽 풍경을 그렸다. 전국의 산하를 돌아다니며 새벽의 이미지를 동판에 새기는 작업이다. 제주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의 고층 빌딩과 소음이 낯설었다. 하지만 새벽 풍경을 보면서 도시의 삭막함과 서정성에 점차 익숙하게 되고 정을 붙이게 됐다. 그런 감성을 한 편의 수묵화처럼 펼쳐보였다.

그의 그림에는 빈 배와 빈 산, 빈 들녘 나무가 많다. 군더더기 없는 표현을 통해 독특한 서정을 선사한다. 흑백 동판화로 작업한 작품들이 고독과 명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투박한 시골길을 거닐며 경험한 여유로운 풍경으로부터 얻은 시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순수한 새벽의 서정을 표현하기 위해 불필요한 요소들을 화면에서 걷어버렸다. 비어 있으나 상념과 아련한 기억이 남아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그림들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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