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김기석] 하늘은 어디에 있는가? 기사의 사진
유럽의 혜성 탐사선인 로제타호가 10년8개월 동안 64억㎞의 비행 끝에 혜성 가까이 당도했고, 모선에서 분리된 탐사 로봇 필레가 7시간의 낙하 끝에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라는 혜성에 착륙했다. 무게 100㎏쯤 되는 필레는 며칠 동안 혜성의 토양을 채취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수행했지만 햇빛이 닿지 않는 곳에 착륙한 탓에 배터리가 방전되어 작동불능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과학기술 발전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다.

이제는 보름달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더 이상 계수나무와 토끼를 떠올리지 않는다. 파스칼은 ‘저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이 나를 두렵게 한다’고 말했지만, 사람은 이제 과감하게 무한한 공간을 탐색하고 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하며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보는 윤동주적 상상력은 과학적 상상력으로 대체되고 있다.

평범한 이들의 꿈 실현시켜주는 과학이어야

언제부터인가 강대국들은 자원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사람이 살지 않는 불모의 땅을 식민화하여 자국의 깃발을 꽂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우주 공간으로까지 그 욕망을 투사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우리나라도 우주개발진흥법을 마련하고 2020년까지는 한국형 발사체를 활용한 궤도선과 달착륙선의 자력 발사를 목표로 정했다고 한다. 우주 공간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경쟁에 우리도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진보를 탓할 마음은 없다. 다만 기술의 진보가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싶은 평범한 사람들의 꿈을 실현시켜줄 것인가를 묻고 싶을 뿐이다.

우리의 눈길이 하늘을 향하고 있을 때, 이 녹색별의 한 구석에서는 60대 노인 한 분이 힘겨운 세상 여행을 스스로 마쳤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세 들어 살던 그는 집주인이 방을 비워 달라고 통보하자 목을 맸다. 자신의 장례비용은 물론이고 전기세, 수도세 등을 다 계산해놓고 그는 자신의 시신을 발견하고 처리하게 될 이들을 위해 10만원이 든 봉투 하나를 남겼다. “고맙습니다, 국밥이나 한 그릇 하시죠. 개의치 마시고.” 그가 남긴 유언이라면 유언이다. 세상에 대한 원망도 체념도 없이 담담한 그의 어투가 더욱 가슴을 치게 한다. 삶의 벼랑 끝에 내몰려 죽음 이외의 선택을 상상할 수 없는 이들이 많다.

며칠 전 지인들과 대화를 하던 중 ‘고통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말이 나왔다. 우리 몸의 한 부분이 아프면 온 몸의 신경이 그곳에 집중되지 않던가. 가족 가운데 누가 어려움을 당하면 온 가족이 그 아픔에 집중하지 않던가. 오래전 인도에 선교사로 파송되었던 스탠리 존스는 “기독교는 자기를 내어주는 사랑, 죗값을 치르는 사랑, 희생적인 사랑이 우주 안에 있는 힘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를 위해 취약해지고, 모욕을 당하고, 고통을 당하는 바로 그곳이 하늘이라는 말일 것이다. 저 무한히 확장되고 있는 우주 공간에는 관심을 가지면서도 지금 우리 곁에 있는 하늘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볼 일이다.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에게 관심을

후암동의 쪽방촌에 머물면서 위기 가정을 돌보고,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살아갈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김용삼 목사는 작년부터 빨간색 희망우체통을 만들어 교회 앞에 세워놓았다. 그곳에는 이런 메시지가 적혀 있다. “아래의 경우 희망 나눔 우체통에 필요사항과 주소를 적어 넣어 주세요(절대 비밀로 합니다). ①쌀이 떨어진 가정, 비밀리에 적힌 주소로 쌀을 보내드립니다. ②실직 등으로 거리로 내몰릴 위기 가정, 구청에 알림/구청의 확인 절차 후 월세 등 긴급지원. ③힘겨운 이웃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줄 분도 편지를 넣어 주세요.” 그는 희망우체통은 위기 가정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교회마다 그런 우체통이 하나씩 세워지기를, 그래서 교회가 이 땅의 숨겨진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꿈꾼다. 하늘은 저 위에도 있지만 저 아래에도 있다.

김기석 청파감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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