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이 官을 손본다 기사의 사진
삼성그룹 최고의 인사전문가가 공직사회 대수술을 집도할 칼자루를 잡았다. 능력 중심의 철저한 성과주의가 강조되는 ‘삼성식’ 인사스타일이 공직사회에 대대적인 인사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고시와 기수 중심의 고착화된 끼리끼리 관료문화와 관피아(관료+마피아) 구태가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18일 차관급 초대 인사혁신처장에 이근면(62·사진) 삼성광통신 경영고문을 내정했다. 이 내정자는 삼성그룹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인사통이다. 1976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뒤 삼성코닝, 삼성종합기술원, 삼성SDS 등 주로 정보기술(IT) 부문 계열사의 인사관리에 초석을 닦았고,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인사팀장(전무)과 삼성광통신 대표이사 부사장 등을 지냈다.

2010년에는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스 후즈 후’에 인사 전문가로는 이례적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 처장은 민간기업 인사전문가로 관련 경험과 전문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조직관리 능력과 추진력을 겸비했다”며 “민간기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공직인사 혁신을 이끌 적임으로 기대돼 발탁했다”고 인선배경을 설명했다. 인사혁신과 공무원연금 개혁 등 공직사회 대수술을 집도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위해 민간 인사전문가를 수혈했다는 평가다.

세월호 침몰사고 등을 통해 전문성 부재와 민관유착, 복지부동 등 관피아의 민낯이 고스란히 들어난 만큼 공직사회의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임용방식, 보직관리, 평가, 보상 등 인사시스템 전반에 대해서 확실한 개혁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내정자는 기존 고시와 기수 중심으로 이뤄지던 공직사회의 ‘관료형 인사’를 능력 중심의 ‘삼성식 인사’ 체계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삼성식 인사의 핵심은 성과와 그에 따른 보상으로 요약된다. 임직원 평가방식도 기존의 ‘신상필벌’에서 잘하는 사람은 더 격려하는 ‘신상필상’으로 전환했다. 일이 발생하면 책임 소재부터 따지는 공직사회와는 정반대다.

내부 공채기수 중심의 순혈주의를 과감히 포기하고, 언제 어디서든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뽑는 혼혈주의도 삼성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이다. 지역, 학연 등이 작용하지 않게 철저히 능력 위주로 평가하는 시스템도 정착돼 있다. 끼리끼리 문화가 고착된 공직사회의 배타성과는 뚜렷이 대비된다. 이 내정자는 일처리가 깔끔한 스타일이며, 회의 등 업무는 엄격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에서 근무했던 한 임원은 “인사 분야에 있어 최고의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분”이라며 “자신을 낮출 줄도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 내정자는 자신의 인사 경험담을 엮어 책을 내기도 했다. 대학에서는 인사·조직 관련 강의를 하는 등 왕성한 대외활동도 펼쳤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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