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준동] “이러고도 애 많이 낳으라고?” 기사의 사진
#유치원으로 유치원으로!

“여보, 오늘 유치원에 갔다 왔어?”

“회사 조퇴하고 갔는데 유치원 입학원서를 쓰려는 엄마들로 난리네 난리야. 그야말로 전쟁이야 전쟁. 모집정원이 80명인데 접수 이틀째에 벌써 816명이나 몰렸어.”

“왜 그런 거야?”

“왜겠어. 내년에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세우지 않거나 일부만 세운다는 뉴스 때문이겠지. 보육료 지원이 중단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에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갈아타기를 하는 부모들이 많아진 거지.”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다른 유치원에도 원서를 넣어 추첨을 통해 ‘로또 당첨’의 행운을 바랄 수밖에 없지 뭐. 최악의 경우 내가 직장을 그만 두고 애를 봐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어.”

“어린이집 예산 지원을 놓고 핑퐁 게임하듯 ‘네 공약, 내 공약’이라고 서로 미루니 참. 아이들 키우는 문제를 이렇게 서로 나 몰라라 해도 되는 건지.”

“출산을 많이 하라고 해놓고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떤 엄마가 아이를 낳고 직장에 다닐 수 있겠어?”

“여보, 2년 전 TV 보면서 ‘이제 아무 걱정 없이 애를 키울 수 있겠구나’라고 얘기했던 거 기억나. 여야 대선후보들이 하나같이 당시 방송 토론회에서 ‘0∼5살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겠다, 아이 기르는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말이야. 그런데 이게 뭐야.”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전은 물론이고 대선이 끝난 뒤에도 “아이 기르는 비용을 국가에서 적극 지원하겠다. 보육처럼 전국 단위로 이뤄지는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는 등의 약속을 여러 차례 했다.)

필자와 친하게 지내는 이웃집 부부의 최근 대화다. 세 살짜리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이 부부는 요즘 ‘하늘의 별따기’라는 유치원 입학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부모들이 자녀를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기는 사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각 유치원마다 대학 입시를 방불케 하는 ‘입원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다. 이래저래 젊은 부모들의 한숨만 커져 가고 있다.

#우리 아이 어디 갔지?

“어머님, 지금 9시인데 준서(가명)가 아직 학교에 안 왔어요.”

“그럴 리가 없는데요, 선생님. 아침에 밥 차려주고 학교에 늦지 않게 가라고 하고 나왔는데요.”

“그래요? 그럼 애가 어디 간 거죠?”

“지금 조퇴해서 집에 가보겠습니다.” (30분 후)

“집에 가보니 우리 아이가 소파에서 자고 있는 거예요. TV 보다 잠이 들었다 네요.”

“등교 시간이 늦춰지면서 이런 일들이 가끔 생깁니다. 준서처럼 잠을 자다 늦는 경우도 있지만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다 늦게 학교에 오는 아이들도 종종 있습니다.”

“9시 등교 이전에는 출근하면서 학교에 보낼 수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20여분이 남아 애를 혼자 집에 놔두고 출근할 수밖에 없어요. 9시 등교의 취지는 알겠지만 맞벌이 부부를 너무 배려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래서야 엄마들이 맘 놓고 직장에 다닐 수 있겠어요. 하나도 키우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둘째는 아예 포기해야 될 것 같아요.”

초등학교 교사인 필자의 아내가 얼마 전 여덟 살짜리 아들을 둔 맞벌이 학부모와 가진 전화 통화다. 지난 9월부터 경기교육청이 실시하고 있는 9시 등교. 맞벌이 비율(43%)이 높은 서울에서도 내년부터 이 제도가 시행된다. 이들의 고통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게 됐다.



#암울한 미래여서야

최근 ‘싱글세’ ‘신혼부부 집 한 채’ 등 희한한 결혼 독려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결혼만 하면 아이를 낳는단 말인가. 아이 한 명도 키우기 어려운 것이 지금 우리 현실이다. 최근 불거진 두 가지 핵심 이슈만으로 좁혀 봐도 그렇다. 두 사례에서 보듯 이런 상황에서 누가 아이를 더 낳으려 하겠는가. 출산율(합계출산율 1.3명) 세계 최하위, 여성 취업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이라는 통계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나라의 미래가 암울해서야 되겠는가.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