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지현] 엄마들의 송년회 기사의 사진
이 땅의 어머니들은 인생에 두 번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받는다. 하나는 10대 시절에 받는 자신의 수능 성적표이고, 나머지 하나는 자녀들의 수능 성적표이다. 자녀를 위해 혼신을 다한 경우일수록 수능을 ‘자식농사의 성적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이런 이유로 지난주 치른 수능 가채점 후 송년회 모임을 취소하는 엄마들이 많다고 한다. 또 정성을 다해 수험생 자녀를 뒷바라지하던 엄마들 중에는 불면증 식욕부진 두통 우울감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수면부족에 불규칙한 식사를 하면서 수험생 자녀를 뒷바라지해 온 엄마들의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발생하는 ‘수능후증후군’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엄마가 웃어야 자녀가 웃는다

그만큼 자녀의 대학 진학이 대한민국 엄마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모 여대 총동문회에서는 ‘서로 수험생을 둔 자녀가 있다는 것을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 불문율이 됐을 정도다. 자녀가 수험생인 것을 서로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않도록 해 동문회 활동에 지장을 주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알아야 한다. 자녀의 성적표가 우리 인생의 성적표가 아니란 것을. 자녀가 수능을 망쳤다 해도 그것이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란 것을 말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위로가 필요할 자녀에게 “괜찮다” “모든 게 다 잘될 거야”라고 말해주자. 아울러 엄마 자신을 위로하자. 자녀에게 해주었듯이, 스스로를 토닥이며 “괜찮아. 그동안 잘해 왔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어. 모든 게 다 잘될 거야”라고 말하자.

수능이 인생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이 아님을 엄마가 먼저 믿어야 한다. 엄마가 웃어야 자녀가 웃고 엄마가 행복해야 자녀도 행복하다. 지금이야말로 자녀에게 잔소리가 아닌 조언이 필요한 시기다. 자녀가 어떤 일을 하며 인생을 살고 싶어 하는지, 스스로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경청하고 격려해 주자. 불안한 마음은 주님께 맡기고 전적으로 주님을 신뢰해야 한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언 16:9)는 말씀을 기억하며 자녀에게 자신의 계획보다 자신을 향한 주님의 계획을 기대하라고 말해주자. 또 자녀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해방돼 제2의 인생이 시작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1박2일의 짧은 여행이라도 다녀오자. 남편이나 친지와 영화 관람도 하고 송년회에도 참석하자.

당신은 그 꽃의 유일한 씨앗

사람은 태어나서 ‘엄마’라는 말을 제일 먼저 배운다. 엄마라는 이름은 힘겨운 순간을 지탱해 주는 커다란 힘으로 작용한다. 그만큼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은 문학적인 수사가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섭리다. 여자는 자녀를 출산하면 두뇌 기능은 물론 체력도 강해진다. 자녀를 키우면서 엄마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아름다운 장미꽃을 피울 수 있는 작은 씨앗이다. 견실한 나무열매를 맺을 수 있는 작은 씨앗이다. 지금은 아주 작지만 그 속에 무한한 가능성이 담긴 작은 씨앗이다. 앞으로 더 험난한 일들이 우리의 인생에 펼쳐질 것이다. 그 결과에 마음 졸이지 말고 하나님의 더 큰 계획을 기대해 보자. 겨울의 차디찬 눈 속에서도 봄 햇살을 받고 장미꽃은 피어날 것이다. 당신은 그 꽃의 유일한 씨앗이다.

이지현 종교기획부장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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