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남성현] 멕시코보다 캐나다 택하겠다 기사의 사진
얼마 전 캐나다에 살다가 잠시 귀국한 어떤 한인에게 캐나다 과세 제도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한때 캐나다에서 사업체를 운영한 적이 있었기에 캐나다의 소득세 제도를 잘 알고 있었다. 캐나다는 연소득 기준으로 최저 31%에서 최고 54.75%의 세금을 부과한다(2014년 기준). 우리나라와 달리 캐나다 소득세에는 근로소득세, 금융소득세, 의료보험료, 연금 등 모든 항목이 합산되어 부과된다.

캐나다의 소득세를 단순화해서 설명하면 이렇게 된다. 연소득 5000만원의 경우 31%인 1550만원을 소득세로 내야 하고, 연소득 8000만원은 42%(3360만원), 연소득 1억원은 50%(5000만원), 연소득 1억3000만원은 54.75%(7020만원)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렇게 세금을 내고 나면 세후소득은 얼마가 될까. 세후소득은 연소득 5000만원의 경우 3450만원, 연소득 8000만원은 4640만원, 연소득 1억원은 5000만원, 연소득 1억3000만원은 5980만원이다.

캐나다 소득세는 연봉의 31∼54%

연소득 5000만원과 연소득 1억3000만원의 경우 세전소득의 차이는 8000만원이다. 하지만 세후소득의 차이는 불과 2530만원이다. 누진세의 마법을 사용해 소득 격차를 엄청나게 줄였다. 만약 5000만원 연소득의 가정에 18세 미만 자녀가 둘 있다면 캐나다 중앙정부와 주정부는 대충 600만원 정도를 자녀양육수당으로 지급해 소득이 4050만원이 된다. 연소득 5000만원을 받으나 1억3000만원을 받으나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이렇듯 입이 딱 벌어지는 누진세율은 복지 혜택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몬트리올에 살고 있던 한 친우(親友)의 일곱살 외아들이 작년에 백혈병에 걸렸다. 이후 입원에서 치료까지 1년 이상이 걸렸는데 전액 무료였다. 치료 때문에 학교에 못갈 때면 교사가 집으로 찾아와 개인교수까지 해 주었다. 교육비가 저렴한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의대를 가더라도 연간 대학 등록금이 350만원 정도다. 노후연금은 어떻게 될까. 예상하는 대로 많이 냈느냐 적게 냈느냐에 관계없이 엇비슷하게 받는다.

누진세를 빼고는 오늘날의 캐나다를 설명할 수 없다. 어디 캐나다뿐인가. 오늘날 지구상에 소위 살기 좋은 복지국가치고 누진세에 근거한 소득 재분배 효과가 높지 않은 나라는 없다. 스웨덴의 경우 세전수입으로만 보자면 부자와 가난한 자의 비율이 멕시코와 엇비슷할 정도로 소득이 부자에게 편중되어 있다. 하지만 캐나다처럼 누진세를 통해 두터운 중산층을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한다. 반면 멕시코는 소득세 누진율이 낮아 소득 재분배 효과가 없고 중산층이 붕괴되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캐나다나 스웨덴이 아니라 멕시코를 닮아간다는 데에 있다.

간접세 비중 낮추고 누진세 높여야

한 국가의 흥망성쇠가 세금을 어떻게 걷고 사용하느냐에 있다. 칭기즈칸은 전쟁에서의 역할과 공로에 따라 전리품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방식으로 충성을 유도해 200만명 정도의 인구로 유라시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반면 루이 14세 시절 재상이었던 콜베르는 ‘과세의 기술이란 거위가 꽥꽥거리지 못하게 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양의 털을 뽑는 것’이라고 하면서 귀족계급의 조세 회피를 용인하고 평민들에게서 많은 세금을 걷었다. 이런 악정(惡政)은 결국 프랑스 대혁명으로 이어졌다. 조선도 양반계층 감세와 평민계층 증세로 자멸의 길을 택하고야 말았다.

지난 7년간 우리나라 정부가 법인세, 부동산보유세를 깎아주었고 그 결과 감세 혜택은 부유층에게 돌아갔다. 이 때문에 자동차세, 담뱃세, 지방세 등을 올려 부족한 세금을 걷으려 한다. 부자 감세와 평민 증세는 역사상 많은 국가들이 쇠퇴하던 지름길이었다. 간접세 비중을 낮추고 직접세에 대한 누진세 비중을 높이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걸 역사는 엄연히 웅변한다. 이토록 땀 흘려 일하는데 캐나다가 아니라 멕시코처럼 되어간다면 누구의 책임일까. 어떤 경제 전문가의 말마따나 우리나라 경제의 최대 걸림돌은 우리나라 정부가 아닐까 싶다.

남성현 한영신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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