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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해산’ 최종 변론] “개미굴이 둑 허물어” vs “정부의 질 낮은 모략”

황교안 법무장관-이정희 통진당 대표 치열한 공방

[‘통진당 해산’ 최종 변론]  “개미굴이 둑 허물어” vs “정부의 질 낮은 모략” 기사의 사진
황교안 법무부 장관(왼쪽 사진)과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나와 통진당 해산 심판 최종 변론을 준비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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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내부에서 붕괴시키는 암적 존재다.”(황교안 법무부 장관)

“정부의 청구를 기각해 민주주의의 진전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달라.”(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황 장관과 이 대표가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사건의 최종 변론에서 다시 격돌했다. 지난 1월 29일 첫 변론에서 맞붙은 뒤 10개월여 만이다.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헌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헌법의 역할을 강조하는 지점에서 서로 평행선을 달렸다. 헌재는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양측 공방이 벌어진 오후 2시부터 방송 녹화를 허용했다.

황 장관은 15분여 동안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통진당의 위헌성을 지적했다. 그는 “‘제궤의혈(堤潰蟻穴·작은 개미굴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이란 말이 있듯 위헌 정당을 해산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으로부터 헌법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국제경기대회에서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가슴 뭉클한 감동은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태극기와 애국가를 부정하는 세력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황 장관은 이번 사건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면서 “후손에게 자유와 번영의 미래를 물려줄 것인지, 억압과 굶주림의 고통을 물려줄 것인지가 이번 심판에 달려 있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에 맞서 이 대표는 정부의 해산 심판 청구는 근거가 없고 의혹과 추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30여분 동안 이어진 변론에서 “당 대표로서 폭력혁명은 시도도, 준비해본 적도 없다. 해산 청구는 정부 스스로 민주주의와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혁당 잔존세력이 당을 장악했다는 법무부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지금까지 어떤 혁명이론도 당내 토론의 주제가 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통진당의 통일 정책에 의해 북한식 사회주의가 이식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정부 주장은 너무나 당연한 것을 몰아붙이는 질 낮은 모략”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헌법은 정치적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제시하고 있다. 통진당의 지향은 헌법정신과 완전히 일치한다. 헌재가 역사의 진보를 위한 디딤돌을 놓아 달라”며 변론을 마쳤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마지막 변론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는 긴장이 감돌았다. 양측 대리인들은 오후 2시부터인 최후변론 순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헌재 정문 앞에서는 통진당 해산을 놓고 정반대 주장을 펼치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고엽제전우회, 자유청년연합 등은 해산 선고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진보연대 등 34개 진보단체들은 해산 청구를 기각해 달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황 장관과 이 대표의 격돌을 끝으로 정당해산 심판 사건 변론은 끝났다. 헌재는 그동안 모두 2차례 준비기일과 18차례 변론기일을 갖고 사건을 심리했다. 참고인 6명과 증인 12명이 법정에 출석했다. 기일이 20차례 열린 것은 1988년 헌재 창립 이후 최다 횟수다. 재판부에 제출된 서면 증거는 지난 9월 기준 법무부 2907건, 진보당 908건으로 헌재 역사상 가장 많았다. 양측 기록을 합하면 A4용지 17만쪽에 이른다. 양측은 복사비로만 수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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