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46) 파카, 투박함을 넘어선 멋 기사의 사진
무스너클 제공
2014년, 세월은 파카를 입고 싶은 옷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어느 옷이든 일취월장하게 마련이지만 남성성이 워낙 강한 파카의 경우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파카는 시베리아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의 언어에서 파생된 단어로 동물의 거죽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북극의 유목민들이 방한용으로 입는 겉옷으로 최대한의 보온을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묵직했던 파카가 가벼워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중반. 이 무렵만 해도 파카는 세련되지 않았다. 파카가 ‘패션’으로 부상한 시기는 1990년대 후반, 데이비드 베컴을 비롯하여 인기 절정의 록 밴드에 속한 뮤지션들이 즐겨 입으면서 유행 전선을 타게 되었다.

파카가 여성스럽지 않다는 말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날이 선 디자인과 갖가지 색상, 고품질의 오리털을 충전재로 사용한 재주꾼 파카들이 프리미엄 패딩이라는 간판 아래 앞 다투어 기량을 뽐내고 있다. 파카를 감각적으로 입기 위한 ‘그럴싸한’ 스타일링 팁은 안의 옷 중 하나를 꽃무늬로 채우는 것이다.

투박한 겉옷을 벗었을 때 드러나는 여성미는 뜻밖의 시각적 즐거움을 안겨준다. 대범한 가죽바지를 매치하는 것도 파카의 수수한 감성을 보듬는 방법이다. 또한 머리 모양도 중요하다. 뒤로 묶어서 동그랗게 말아 올리거나 길게 내려뜨린 상태에서 선글라스를 끼면 젊은 기운이 맴돈다. 보아하니 그 용감무쌍함이 아름답다. 갑옷과 같다는 생각에 무감각했던 패션 세포가 분주한 움직임을 내보일 예감이 든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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