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이 通하게 하라] 朴정부 ‘先신뢰 원칙’ 고수… ‘통큰 소통’도 필요 기사의 사진
박근혜정부가 추구해온 ‘대북 원칙’이 도전에 직면했다. 대북전단(삐라) 살포 문제로 우리 정부가 먼저 제안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무산된 데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북측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서다. 북한 인권 개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포함돼 있다. ‘비정상’인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정상화’ 움직임 때문에 오히려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돼 버린 형국이다.

◇바람직했던 대북 ‘원칙’의 길=남북관계 악화에도 정부는 원칙을 수정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핵, 미사일 폐기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정부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핵 개발 동결 등 북한의 가시적 조치를 전제한 6자회담 재가동 방침과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주장하는 북측의 요구에 대한 비타협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원칙을 고수하는 대북정책은 출범 당시부터 최근까지 정부의 일관된 기조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취임사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미래에 대한 도전”이라며 “피해자는 결국 북한이 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핵 문제가 북한의 필연적 고립을 부를 것이기 때문에 정치·군사적 불신을 깨야 남북 간 ‘신뢰 회복’이 가능하다는 원칙론이다. 지난 1월 ‘통일 대박’, 3월 ‘드레스덴 선언’에서도 북한이 ‘경제·핵 병진 노선’을 포기해야 대화와 협력이 가능하다는 원칙론은 불변이었다.

관료들은 일단 “원칙주의에 장점이 많다”는 반응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대화에서 일종의 ‘정경유착’이 있었는데 이를 근절시킨 점이 성과”라고 평가했다.

지난 2월 이산가족 상봉에서 보듯 행사를 위해 비료 30만t 지원이 ‘공식’처럼 돼 있던 과거의 ‘이면합의’가 사라졌고, 그런 변화가 차별점이라는 지적이다.

◇원칙과 더불어 유연한 상황 대응도 필요=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정부가 원칙을 고수하는 사이 남북관계가 답답하게 꼬여가고 있고, 주요 대화 의제는 ‘미해결’ 상태로 방치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 정부 출범 이후 2년 동안의 남북관계는 ‘냉온탕’을 오갔다. 지난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출범한 정부는 3월, 4월 북측으로부터 각각 ‘비핵화 파기’,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찬바람을 연이어 맞았다. 올해 들어 이산가족 상봉, ‘북한 3인방’ 방남 등으로 훈풍 조짐이 있었지만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걸려 2차 고위급 접촉 제안이 묵살됐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은 지난 11월 남한이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처리 움직임에 가담했다며 ‘핵 공격’ 위협까지 가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인도주의 지원 등 낮은 단계에서 협력이 잘 되면 핵 문제 등 높은 단계로 대화가 이어질 것이란 정부의 낙관이 화를 키웠다”며 “차원이 다른 별개 사안에 대해 상황논리 없이 원칙만 고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정해놓은 틀만 고집해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없다”며 “관계 개선이 지연되면 그만큼 북한이 핵 개발에 쓰는 시간을 벌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의 회담 결과에서 보듯 섣불리 대화를 제기했다가 소득 없이 이용만 당할 수 있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반박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