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상수] 문·이과 통합의 필요조건 기사의 사진
2015학년도 대입 수험생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인문계와 자연계로 나뉘어 수능시험을 치렀다. 오랫동안 교육 현장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미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을 기계적으로 양분된 틀 속에서 교육하는 현실을 늘 안타깝게 생각해 왔다.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고교 2학년 진학 시 어쩔 수 없이 문과와 이과 중 한 갈래 길을 선택하고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결정을 후회하면서 방황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다양한 학문 발전과 자유로운 학습을 추구하는 데 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문·이과 통합형을 핵심 골자로 하는 새 교육과정의 총론 주요 사항이 최근 발표됐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1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되는 새 교육과정은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추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게 교육 당국의 설명이다. 특히 고교의 경우 기초소양 함양을 위해 모든 학생이 배우는 공통과목을 도입하고 통합적 사고력을 키우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과목을 신설한다고 한다. 창의와 융합이 이 시대의 큰 흐름인데 그것을 학교 교육과정에서 구현하려는 시도는 분명 우리 교육이 진일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새 교육과정의 효과적인 적용을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물리적 통합’이 아닌 ‘화학적 통합’이어야 한다. 과거에 공통사회와 공통과학이라는 과목이 있었는데 이것 역시 ‘통합’의 시도였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단순히 몇 개 과목의 내용을 묶는 정도였기 때문에 여러 과목의 교사가 해당 부분을 나눠 가르치는 것에 그쳤다. 따라서 실질적 통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하나의 주제나 과제 속에 여러 교과 내용을 다루는 화학적 통합이 중요하다.

둘째, 통합 과목의 내용이 현실과 관련이 깊어야 한다. 지나치게 학문적인 지식의 나열은 학생들의 흥미를 떨어뜨리고 현실에의 적용성을 약화시키기 십상이다. 사회나 과학 과목 모두 현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하고 학생 참여적인 학습방법, 즉 ‘행동을 통한 학습(Learning by Doing)’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과 내용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교과서가 학생들이 가장 읽기 싫어하는 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셋째, 대학입시 제도와의 관련성 문제를 아주 신중하면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고교 교육과정에 미치는 대입 제도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수능시험이나 대학입시에서의 내신 반영 여부에 따라 과목별로 학생들의 관심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통합과목을 수능시험에 필수과목으로 반영하거나 대학입시의 심층면접 등에서 통합형 문제로 평가할 때 일선 고교에서 통합형 교육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통합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의 전문성이 확보돼야 한다. 기존의 사회, 과학 교과는 다시 과목별로 세분화돼 있다. 따라서 물리와 화학이 통합됐다고 했을 때 물리 교사가 화학 부분을 가르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원양성 과정은 물론 교사 임용시험에서도 통합교과적인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과 함께 기존 교사들에게 체계적인 통합교과 연수를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있어서 학습은 그들의 꿈을 이루는 과정이기에 앞서 그들의 삶이고 인생이다. 따라서 학교 교육은 단지 어느 대학을 가기 위해 걸어야 하는 오르막길이 아니라 가치 있고 즐거운 학습을 통해 학생들의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길이 돼야 한다. 창의융합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과정 개정 작업이 단지 무엇인가 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깨달음과 기회를 줘야 한다는 교육적 고민에서 출발해야 하는 이유다.

이상수 유성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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