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이 通하게 하라] 정치는 ‘正治’다… 당략따라 오락가락 이제 그만 기사의 사진
2014년 한 해 여의도 정치에는 무원칙이 난무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6·4지방선거와 7·30재보선에서 무원칙한 공천으로 비난을 자초했다. 여야는 세월호 침몰 당시 유가족들이 만족할 수 있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지만 ‘세월호 특별법’ 제정 단계에서는 약속을 어겼다.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정치를 하기보다 무원칙과 정치적 수사(레토릭)가 활개친 것이다. 인도의 자와할랄 네루 총리는 “정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이 무원칙하고, 그때그때 다른 곳에 있다면 국민의 눈물샘은 마를 날이 없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특별법, 선거 전후 얼굴 바뀐 정치권=세월호 특별법 처리 과정은 여야가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매몰돼 원칙을 버린 대표적 사례였다. 지난 4월 세월호가 침몰했을 당시 온 국민은 큰 충격을 받았다. 두 달 뒤 선거를 앞둔 여야 정치권은 성난 민심에 즉각 납작 엎드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심판론’을 꺼내들며 진상조사위의 수사권·기소권 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5월 19일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 “진상규명에 유족 여러분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재보선이 여당의 승리로 끝난 뒤 여야는 내뱉은 말들을 주워담기 바빴고, 유가족들에게 특검 후보 거부권을 주는 선에서 최종 합의했다. 애초부터 무리한 공약을 내걸었던 야당이나, 모두 받아줄 것처럼 했던 여당 모두 무원칙했다는 비판이다. 박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을 7월 16일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파기됐고, 새정치연합은 원내대표 합의안을 두 차례나 번복했다.

◇무원칙한 공천이 남긴 패배=7월 재보선에서는 무원칙한 공천, 낙하산 전략공천 등 구태를 반복했다. 새누리당의 경우 ‘임태희 공천 배제’ 논란을 겪었다. 임 전 의원은 경기 평택을 공천에서 탈락하자 “납득할 수 없다”며 공천 방식에 이의를 제기했고, “평택을 결코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임 전 후보를 경기 수원정에 전략공천했고, 임 전 후보는 선거에서 패했다.

새정치연합은 더 심했다. 광주 광산을 출마를 선언하고 개소식까지 연 기동민 전 서울시 부시장을 서울 동작을에 전략공천해 공천파동을 야기했다. 광산을에는 온갖 진통 끝에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전략공천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경기 김포에서 공천을 받았지만 새누리당이 제기한 “400㎞를 날아온 철새”라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선거 결과는 상대적으로 더 무원칙하게 공천을 한 새정치연합의 참패였다.

◇원칙을 잊어버린 레토릭 정치=내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는 레토릭과 상호 불신이 가득했다. 가장 큰 논란은 누리과정(만 3∼5세 보육지원) 예산의 국비 지원 여부였다. 여야는 원내지도부 회동을 통해 합의문을 써놓고도 서로 믿지 못해 실랑이를 벌였다. 새누리당은 당 대표 출신 교육부총리와 여야 상임위 간사 합의 사항을 뒤집었고, 새정치연합은 국회 의사일정을 중단(보이콧)했다.

여야가 예산국회에서 보여준 레토릭 정치도 원칙 있는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새정치연합은 ‘부자 감세 서민 증세 반대’를 외쳤지만 담뱃세 인상 저지, 법인세 정상화 등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경제 활성화를 주장했다. 하지만 당정이 추진했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은 회원제 골프장 이용료 감면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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