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유통·통신 등 경제계 전반에 원칙이 사라진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계약문화’가 제대로 정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아는 사람들끼리 ‘알음알음’ 계약하는 문화가 관습처럼 자리잡다보니 약자가 피해를 보더라도 보호받을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조성국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인들은 계약서만 책 한 권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단순 구두계약이 많다”며 “종속적인 계약관계에서 계약서마저 부실하니 원칙대로 진행되기가 쉽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그는 “우리 사회는 근대적인 계약관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역사가 길지 않다”며 “(계약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형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원칙의 실종은 과거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전략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기업을 본격적으로 키운 뒤 낙수효과를 노리는 불균형 성장 전략의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불균형 성장 전략이) 여러 업계에 독과점 시장을 형성했지만 그로 인한 파급효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합을 안 하고는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수요·공급의 비대칭이 만연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사라진 원칙을 바로 세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결책은 엄격한 법 집행이었다. 이 교수는 “각 업계에 존재하는 ‘강자와 약자’ 구조를 바르게 교정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공권력”이라며 “강력한 손해배상금 제도 등을 통해 법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강력한 법 집행만으로는 부족하다. 손영화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렇게 한마디 덧붙였다. “사회 구성원 간 배려하는 마음이 없으면 아무리 법이 선진화돼 있어도 원칙을 세우기 어렵다. ‘우리’라는 정서, 더불어 사는 정신으로 강자와 약자가 함께하는 문화가 절실하다.”

세종=이용상 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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