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이 通하게 하라] 人治서 法治로… 중국판 국가개조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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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2년 11월 15일 공산당 총서기로 취임한 당일 기자회견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역설했다. 2020년까지 중국을 통치하는 시 주석은 '중국의 꿈(中國夢)' 실현을 위해 국가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취임 기자회견 당시 그는 "우리 당은 수많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당내에는 긴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면서 부정부패, 형식주의, 관료주의 등을 지적했다. 시 주석은 "철을 두드리려면 스스로 단단해져야 한다"며 우선 중국 내 썩은 살을 도려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시 주석에게 부패 문제 해결은 국가와 당의 존망(存亡)이 걸려 있는 문제다. 부패를 해결하지 않으면 공산당이 계속 집권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리고 부패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중국을 인치(人治)의 국가에서 법치(法治)의 국가로 변모시키고 있다.

#호랑이 파리 여우까지 다 잡는다

시 주석은 2012년 말 호화 연회 등을 금지하는 ‘8항 규정’을 하달한 데 이어 지난해 1월엔 “호랑이(고위 부패 관료)와 파리(하급관리)를 한꺼번에 때려잡아야 한다”며 반부패 투쟁을 선언했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암행어사 격인 중앙순시조를 동원해 전방위 사정을 펼치고 있다.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호랑이로 통하는 장차관급 이상 고위 관리가 낙마한 경우는 56명이나 된다. 저우융캉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와 군부 비리 몸통으로 꼽히는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초대형 호랑이’도 있다. 18만명이나 되는 ‘파리급’ 관리도 처벌됐다.

중국은 지난 7월부터 ‘여우사냥 2014’ 작전을 시작했다. 여우사냥은 해외로 도피한 부패 관료나 경제사범을 잡아들이는 조치를 말한다. 신경보는 지난달 말 현재 56개 국가·지역에서 자수한 인원 154명을 포함해 최소 335명을 붙잡았다고 최근 보도했다. 2011년 중국사회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이래 1만8000여명의 중국 부패 관리가 약 8000억 위안(약 144조원)을 들고 달아난 것으로 파악됐다.

시진핑 지도부 출범 이후 반부패 운동과 더불어 ‘사치풍조 근절’이 강조되면서 중국 공직사회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신화통신은 지난해 6월 시 주석이 ‘사풍(四風·향락주의 형식주의 관료주의 사치풍조) 근절’을 강조한 뒤 지난 9월까지의 성과를 수치로 정리했다. 훙바오(紅包·뇌물성 자금)를 받았다고 자진 신고한 공직자가 10만여명에 이르고 그 규모는 5억2000만 위안(약 935억원)이다. 뇌물수수 및 제공 등을 이유로 처벌받은 사람만도 2550명으로 집계됐다. 공직자들의 특권으로 질타의 대상이 됐던 ‘3공(公) 경비’(관용차 접대비 출장비)도 1년여 전에 비해 27.5%나 줄어 530억2000만 위안(9조6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인치에서 중국식 법치로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인치가 국가권력의 통치이념 및 수단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홍위병들이 모든 사법권을 행사했던 문화대혁명 시기는 최악의 경우다. 지난 10월 열린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18기4중전회)에서는 ‘의법치국’(依法治國·법에 따른 국가통치)을 주제로 다양한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됐다. 사실 의법치국은 공식적으로는 장쩌민(江澤民) 주석 시절이던 1997년 제15차 당 대표대회에서 처음 제기됐다. 하지만 말뿐이지 실천되지 않았다. 하지만 강력한 반부패 운동을 펼치고 있는 시 주석은 ‘중국식 법치’를 구체적인 방안과 함께 실행에 옮기고 있다.

4중전회 결정문을 보면 사법 독립과 당정 기관에 대한 권력제한 등 중국식 법치의 윤곽을 그릴 수 있다. 사법 독립과 관련해서는 당정 간부들의 사법개입 기록·통보 제도 도입, 최고인민법원의 순회법정 설치, 행정단위를 넘어서는 인민법원과 인민검찰원 설치 검토 등이 포함됐다. 특히 순회법정 설치와 행정구역 초월 법원·검찰원 설립은 그동안 인사와 예산권을 장악한 지방정부에 휘둘렸던 사법조직 독립의 기초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또한 당정 기관 지도간부들의 사법 개입 차단을 위해 판사·검사가 재판 개입 행위를 기록하지 않으면 책임을 추궁하고 처벌받는 제도도 도입된다. 당정 지도간부의 성과평가 기준에 법률 준수도 포함시켰다. 중앙과 지방정부 권력자들에 대한 권력 제한 및 견제 장치를 통해 ‘권력을 제도 속에 가두겠다’는 시 주석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반부패 운동도 제도적으로 보완됐다. 형법에서 뇌물수수 공직자가 자수하면 처벌을 면제하는 기본 조항이 삭제되고 권력을 남용한 공직자의 부당이득 범죄행위를 본인 외에 친족 등으로 확대됐다.



#중국식 법치(法治)의 한계

보통 법치(法治)를 영어로 옮기면 ‘rule of law’가 된다. 신화통신의 영문판도 법치를 ‘rule of law’로 옮기고 있다. 하지만 중국식 법치는 엄밀히 말해 ‘rule by law’라는 표현이 더 적당하다. 서구적 의미의 법치(rule of law)는 정치권력이 법에 의해 견제를 받는다는 의미가 강하다. 이에 비해 중국의 법치는 법을 사용해 사회를 통제한다는 뜻의 법제(法制)에 가깝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지난 4중전회가 끝난 뒤 “의법치국을 전면적으로 추진하는 총체적 목표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법치 체계와 사회주의 법치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공산당의 영도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 특성으로 헌법에도 공산당의 영도적 지위가 확립돼 있다”면서 “사회주의 법치는 반드시 당의 영도를 견지하고 당의 영도는 반드시 사회주의 법치에 근거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서구 학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특색의 법치’는 바로 당이 중심, 당에 의해 해석되는 법치로 결국 ‘당치(黨治)’로 전락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홍콩 명보는 “시 주석이 집권 이후 지난 2년 동안 정풍(整風) 및 반부패 운동을 통해 당을 손보는 식으로 당내 권력기반을 구축했다면 이제는 법치를 내세워 국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한다”면서 “법치는 법을 이용해 일당독재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미국 미시간대 린다 오스월드 교수는 “중국에서 법치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진일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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