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이훈삼] 정부예산은 국민의 혈세 기사의 사진
지난 2일 국회는 여야 합의로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법정시한 내의 합의 통과는 12년 만이란다. 매년 다음해 정부 예산에 대한 여야의 이견이 커서 법정시한을 넘기고 간신히 예산을 확정하던 관례에 비하면 다행스럽다. 2015년 정부 살림살이는 375조4000억원으로 결정되었다. 너무 큰 물체는 오히려 가늠하기 어렵듯 우리는 정부 예산의 규모가 얼마나 큰 것인지 잘 느낄 수가 없다.

이처럼 거대한 규모의 정부 예산은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권력의 진정한 주인이 국민이듯 정부 예산의 진정한 주인 역시 국민이다. 정부 재정 계획과 집행에 5000만 국민이 일일이 참여할 수 없기에 우리는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가 예산을 세우고 국회가 이를 심의해 확정하는 절차를 통해 경제에 대한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

정부 예산은 매년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확정된다. 행정 각 부처는 1월 31일까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기재부) 장관에게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기재부는 다음 연도의 예산안 편성 지침을 4월 30일까지 각 부에 통보한다. 각 부처는 이 지침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예산요구서를 6월 30일까지 기재부에 제출하면 기재부는 이를 토대로 작성한 예산안을 국무회의에 상정, 대통령의 승인을 얻은 뒤 회계연도 90일 전(10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그러면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심의하고 확정하는 것이다. 국회는 마지막으로 계수를 조정하고 의결하는 권한을 갖고는 있지만 사실 거의 대부분의 예산 배정은 정부 의도대로 이루어지고 국회는 극히 일부분의 내용을 수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우리의 현 정치 체제는 행정부 중심이고 국회는 일정 한계 안에서의 견제 역할을 할 뿐이다.

한국교회도 정부예산안 따져본 적 있어

2012년과 2013년 7월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우리 정부 예산안을 분석하고 기독교적 가치에 입각해 당해연도 예산을 평가한 뒤 분야별로 생명, 평화, 정의를 강조하는 예산 편성 원칙을 제안한 바 있다. 교회가 왜 정부 예산까지 간섭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우리들의 세금이 얼마나 어디에,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이는지를 국민은 당연히 알아야 하고 그릇된 것이 있으면 바로잡을 것을 요구하는 권한이 납세자인 국민에게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국민의 권리를 재확인하고 정부의 예산 편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하는 취지에서 상징적으로 두 번에 걸쳐 정부 예산을 분석하는 행사를 연 것이다.

2015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논점은 누리과정 예산이었다. 누리과정은 만 3∼5세 어린이 교육비를 정부가 부담하는 공교육 정책이다. 누리과정에 대한 정부 지원은 거의 모든 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했다. 그런데 교육부가 내년 예산 편성안에서 이 항목을 삭제하고 상정했기에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 어린이집과 그 부모들이 공약 파기라며 원성을 쏟아낸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내년에는 우회 지원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지만 그 다음해에는 또 다시 정부 지원이 불확실해져 혼란의 불씨를 남겨놓고 있다. 우리나라 어린이집에 다니는 3∼5세 아이들 교육비 5064억원 때문에 여야는 첨예한 대립을 벌였던 것이다.

23조원 허망하게 쏟아부은 4대강 사업

이미 집행해 놓고 환경재앙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4대강 사업에 공식적으로 투입된 혈세만 23조원이었다. 누리과정 예산액의 40배가 훌쩍 넘는 액수이고, 예수 탄생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3000만원씩 모아도 모자라는 어마어마한 혈세를 허망하게 쏟아부은 것이다. 만약 국민이 4대강 예산 편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막아냈다면 우리는 지금 훨씬 편안하고 생명 가득한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돈에 대해 광적으로 집착하면서도 정부 예산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우리 사회, 너무 커서 감을 잡지 못하는 걸까!

이훈삼 주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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