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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이승한] 예수님을 기다리며

[삶의 향기-이승한] 예수님을 기다리며 기사의 사진
어느덧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의 문턱에 들어섰다. 12월은 기독교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달이다. 아기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이 있고, 한 해를 돌아보며 회개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송구영신 예배가 전국 교회에서 드려진다. 하나님의 축복 속에 한 해를 잘 마무리한 것에 감사하고 새해를 새롭게 결단하며 복되게 맞도록 안녕과 평안을 위해 기도하는 달이기도 하다.

특히 12월은 대림절이 시작되는 절기이다. 성탄절 4주 전부터 시작되는 대림절은 예수님의 오심과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는 절기이다. 교회력은 대림절로 시작하기 때문에 사실상 한 해를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기독교인들은 이 기간 동안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위해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며 금식하고 경건하게 보내는 종말론적 신앙의 훈련을 갖는다. 주후 4세기부터 시작된 대림절에는 이사야서와 세례요한의 광야 외침을 묵상하며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 전통이다.

2014년 대림절은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는가. 과연 우리에게 신랑을 맞이하는 순결한 모습이 있는가. 기쁨과 설렘과 희망을 가득 안고 다시오실 예수를 기다리는 부푼 가슴이 있는가. 탐욕을 모두 비워내고 온 마음으로 예수를 영접할 준비는 되어 있는가.

비우고 낮아지는 대림절

올해는 유난히 이 땅에 상처와 대립과 고통이 많았다. 경기는 침체되고 서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청년실업자는 늘어나고 저출산과 노인인구의 급증, 악화되는 남북한의 대치상황, 진전 없는 한·일 관계 등은 나라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지난 2월 경주 마리나리조트 붕괴사고를 시작으로 대형 사건사고도 잇달아 터졌다.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사고,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 등은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드러냈다. 특히 세월호 사고는 물신주의와 탐욕으로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부패 때문에 꽃보다 아름다운 250명의 어린 생명이 목숨을 잃은 참극을 가져왔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 사회에 진정한 용서와 화해의 기능이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내 눈의 들보는 보지 않고 남의 눈에 있는 티를 보고 남 탓하는 나쁜 습관이 퍼져 있다.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남을 비난하는 장애를 갖고 있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 예수를 기다리고, 다시 오실 예수님을 생각하며 마음을 정결케 하는 대림절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2014년의 대림절은 모든 사람에게 희망과 소망을 주는 대림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안에 가득한 세월호와 판교 환풍구의 불법을 몰아내는 대림절이 되었으면 한다. 이 땅에 힘겹게 발을 딛고 사는 사람들 모두가 행복한 연말연시를 맞도록 특권층과 가진 자들이 나눔을 실천하길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 남 탓만 하는 정치권이 먼저 솔선수범해 겸손히 민생을 챙기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축제의 장으로 만들자

정부와 공직사회는 부패를 청산하고, 권력기관은 공의를 세워가야 한다. 한국교회는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 이웃의 상처를 싸매고 아픔을 나눠지는 사랑의 용광로가 되었으면 한다. 왜 예수님이 낮고 천한 곳으로 오셨는지, 우리만의 대림절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희망과 소망을 노래하는 축제의 대림절이 되도록 한국교회가 도와야 한다.

이승한 종교국장 s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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