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완충지대가 필요하다 6] “정해진 길 강요말고 다양한 선택지 제공을” 기사의 사진
“예전 아이들은 의식주만 해결해주면 생각 자체는 건강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정신이 병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물론 아이들 잘못은 아닐 것이다. 모두 어른들 탓 아니겠는가.”

대전 가정형 위센터 유낙준(성공회 주교·사진) 센터장은 20년 가까이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과 동고동락해 왔다. 1997년 대전의 빈민가인 성남동에 가출청소년센터를 세웠다. 이 센터는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 쉼터’의 모태가 됐다. 그가 수많은 위기 청소년과 만난 뒤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우리 교육 시스템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것이다.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아이들을 하나의 교육 과정에 밀어 넣고는 여기서 이탈하면 손가락질하는 ‘폭력’이 당연시된다는 설명이다. 어른들이 정해놓은 길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 제공하는 게 ‘진짜 교육’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5일 대전 중구 동서대로에 있는 사무실에서 유 센터장을 만났다.

-20년 전 위기 아이들과 지금 위기 아이들을 비교해보면 많이 다른가.



“빈민가에서 노동운동하다가 그곳 아이들을 만난 걸 계기로 여기까지 왔다. 그때 만난 아이들은 현재 대부분 잘 살고 있다. 그 애들은 밥만 잘 먹여주면 참 건전했다. 웃음도 많고 저마다 꿈도 있었고…. 그런데 요즘에 만나는 아이들은 좀 다르다. 일시적 위기 때문에 센터를 찾은 아이도 있지만 센터 아이들 중 35% 정도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지능도 일반 아이들에 비해 떨어진다. 꿈도 없고 의지력도 약하다. 가정과 학교의 기능이 크게 약화되는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가 아이들에게 투영된 결과로 보인다.”

-무엇이 문제인가.

“아이들을 짓누르고 있는 입시 제도를 한번 보자. 인간을 존중하는 사회라면 이런 식으로 안 만든다. 그깟 점수가 뭐라고 아이들이 죽고 살고…. 점수는 그냥 효율화된 어른들의 도구일 뿐이다. 효율이 생명 앞에 무릎을 꿇어야지 생명이 효율에 무릎을 꿇으니 아이들이 제대로 크겠는가. 우리 어릴 때는 공동체라도 살아 있었다. 동네 형이나 누나가 같이 놀아주고, 공부 잘하는 애가 떨어지는 애 가르쳐주고, 누룽지 같은 거 얻어먹고 그랬다. 가정이 깨지고 학교가 제 기능을 못하더라도 섞여 살아서 아이들이 받는 충격은 덜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 몇 명을 데리고 지리산 둘레길에 도전한 적이 있다. 무려 240㎞를 열흘간 걸었으며 저는 발톱이 몇 개 빠졌다(웃음). 이튿날 포기하려던 아이가 있었는데 선생님 한분이 끝까지 옆에서 같이 걸어줬다. 덕분에 그 아이는 위기를 잘 극복했다. 그런데 끝날 무렵에 낙오하려는 아이가 또 생겼다. 포기하려던 아이 손을 가장 먼저 붙들어준 건, 이튿날 포기하려 했던 그 아이였다. 사랑을 받은 아이는 반드시 사랑을 돌려준다.”

-어디부터 변해야 하나.

“학교만 답은 아니다. 학교 밖에는 다양한 길이 있다. 다만 학교 교사들이 지금보다 더 학생들을 사랑하도록 여건을 마련해준다면 학교 안팎에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교육 전문가인 교사들이 아이들을 사랑하면 학교 공부 외에도 아이들에게 다양한 길이 열린다. ‘명문고, 명문대 몇 명’ 식으로 선생님을 평가하는 건 그들을 기계로 만드는 일이다.”

대전=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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