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47) 머리띠, 정리와 치장의 해결사 기사의 사진
수에드블랑 제공
머리도 나태해질 때가 있다. 머리 손질을 하기 싫으면 찾는 것이 머리띠다. 반원형으로 생긴 것이 머리에 얹히면 시야가 환해지고 어딘가 어려 보인다. 머리띠는 단순한 옷을 쉽게 효과적으로 꾸며준다. 머리를 가로지르는 띠 하나는 차림새 전반에 대한 인상을 지배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머리띠는 어느 정도 장식이 가미돼도 봐줄 만하다. 목걸이 귀고리 등의 소품이 내는 치장 효과와는 성질이 다르다. 둥지를 트는 위치가 머리 꼭대기인 까닭에 차림을 좌우한다. 또한 정리에도 강하다. 앞머리를 기르거나 애매모호한 길이일 때 지저분한 머리 모양을 매만져 주는 역할을 한다. 출산 후 탈모를 겪으면서 머리띠에 애정을 갖게 된 후배의 얘기인 즉 머리띠는 해결사라고 역설한다.

내 머릿속에는 젊은 시절 엄마의 머리띠 패션이 고이 보관돼 있다. 수영장 나들이 때 엄마는 스카프를 접어서 머리띠처럼 하고 다니셨다. 시원하게 드러난 엄마의 환한 이마는 풋풋했다. 머리띠를 하면 옛 생각이 나면서 기분이 전환된다. 경직된 정장에 머리띠를 더하면 무게를 더는 느낌이다. 운동화나 단화를 신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머리띠 패션 하면 파리의 여자들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딱딱한 정장 차림에 밴드 형태의 머리띠를 매치하는 그네들의 스타일은 파격적이고 우아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화관에서 출발한 머리띠는 지금도 여자의 머리 위에서 변신 중이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것은 그 특별함을 느끼는 착용자의 마음일 것이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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