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양정호] 수능 파동, 진짜 마지막이어야 기사의 사진
수능시험이 1993년 처음 시작된 이후 올해처럼 출제 오류로 논란이 커진 적은 없었던 듯하다. 60만 수험생들이 한날한시에 치르는 수능시험은 대학입시의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이기 때문에 이번 수능 오류 파동은 여파가 크다. 특히 지난해 세계지리 문제 오류를 법원이 인정하면서 수능에 대한 수험생과 국민의 신뢰가 낮아진 상태에서 올해는 수능 22년 역사상 처음으로 두 개의 문제를 복수정답으로 인정하는 일까지 벌어져 수능의 신뢰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떨어졌다.

10여년 전 처음으로 수능 문제가 일어났을 때 국민일보의 사설 제목이 ‘수능 파동 이번이 마지막 되게’(2003년 11월 19일자 22면)였다. 그때 이후 지금까지 수능 출제 오류는 2008학년도, 2010학년도, 2014학년도, 2015학년도까지 모두 다섯 번에 걸쳐 일어났다. 수능 출제 오류가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는 사설 제목이 무색해지는 모습이다. 더 이상 이런 사태가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근원적으로 수능 출제를 둘러싼 문제점들이 무엇인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교육부는 ‘수능 출제 및 운영체제 개선위원회’를 지난 4일 출범시켜 내년 3월까지 수능 출제 오류와 들쑥날쑥한 난이도 안정화를 위한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런 교육부의 움직임을 보면서 10여년 전 수능 문제가 불거졌을 때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어떻게 했는지를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저절로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2003년에도 차관을 단장으로 한 수능 출제 및 관리개선 기획단을 만들어 출제위원 검증 강화와 더불어 특정대학 출신의 출제위원 비율을 40% 미만으로 하며, 문제은행 방식의 출제체제 도입을 발표했었다. 지금 수능 출제 오류 논란에 대한 다양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내용이 이미 10여년 전 나온 개선내용이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위원회를 만들고, 개선방안을 발표하길 반복했다. 실질적인 변화보다는 여론의 뭇매를 피하고 보자는 심보나 다름없어 보인다.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의 모습이 수능을 담당하는 기관에서도 나타난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수능 담당자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수능 오류 하나에 12년 동안 준비해온 한 학생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수능개선위원회 구성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많다. 전체 7명의 구성원 중 6명이 교수이고 1명만 교사이다. 수능 출제위원의 낮은 교사 비율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개선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수능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출신 교수까지 포함시켜 논란을 자초했다. 더구나 위원으로 참여한 모 대학 입학처장은 2005년 초 직전 입학처장의 입시부정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다 결국 총장과 보직교수들의 일괄사퇴 파동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이 될 만한 기본사항도 중시하지 않은 건 2003년 수능 출제 문제 발생 당시 교육인적자원부 수능 담당 공무원들이 아직도 수능을 담당하는 주요 직책에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10여년 동안 수능 출제 오류 논란과 반복된 개선안 발표과정을 보면 현재와 같은 한 달간의 집단합숙 출제 방식에서 문제 오류가 없다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이다. 수능 개선안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출제 오류는 폐쇄형 문제출제 방식과 출제관리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제는 관행처럼 반복돼온 수능 출제 시스템 전반을 재검토해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수능개선위원회도 새로운 개선안 마련도 중요하지만 개선안이 출제 과정에서 제대로 실천되는지를 끊임없이 점검할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더 이상 수능 출제 오류로 선의의 피해 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수능개선위원회는 근원적 개혁을 통해 이번 수능 논란이 진짜 마지막이 되게 하길 바란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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