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원교] 저우융캉 단죄가 남긴 과제들 기사의 사진
형불상상위(刑不上常委). 중국공산당에서 최고지도부를 구성하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당 최고지도부는 개혁개방 이래 30여년 동안 이러한 불문율을 유지해 왔다. 최고지도부에서 권력 충돌이 빚어질 경우 국가적인 혼란이 엄청나다는 걸 문화혁명을 통해 뼈저리게 경험한 결과다.

이러한 관례가 마침내 깨졌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 의해서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가 당적을 박탈당한 채 사법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정치국 회의를 거쳐 신화통신이 보도한 혐의를 보면 단순히 뇌물수수·직권남용 등으로 인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첫 번째로 ‘당의 정치 기율, 조직 기율, 기밀유지 기율을 엄중하게 위반했다’고 적시한 것은 단연 눈길을 끈다. 이를 두고 중국 정치 분석가들은 시 주석의 집권에 반대하는 정변을 기도한 부분을 의미한다고 봤다. 네 번째 혐의에서는 다시 한 번 ‘당과 국가의 기밀을 누설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에서 기밀유지 기율을 어겼다고 공개한 데 이어 이와 유사한 혐의를 반복 열거한 것은 그만큼 심각한 기밀 유출이 있었다는 뜻이다.

보시라이보다 혐의 훨씬 엄중

이에 대해선 저우융캉이 당 최고지도부가 보시라이를 칠 것이란 사실을 사전에 보시라이에게 흘렸다, 시진핑 일가의 축재 규모가 20억 달러 이상이라는 의혹을 블룸버그 통신에 넘겼다, 18차 당 대회를 앞둔 시점에 정치국 재편 관련 인사 정보를 후보자들과 외신에 유출시켰다 등의 관측이 나돌고 있다. 나머지 혐의는 뇌물·간통 등 부패 문제에 집중됐지만 전체적으로 국기문란 행위에 훨씬 무게가 실렸다. 신화통신은 6가지 혐의 사실을 나열한 뒤 마지막으로 ‘기타 범죄 혐의 단서도 발견했다’고 여운을 남겼다. 훨씬 심각한 범죄 행위가 추가로 밝혀질 수도 있다는 복선이다.

그 뒤 위법 행위의 성격을 정리하면서 ‘완전히, 엄중하게, 지극히, 중대하게, 몹시’ 등 아주 강경한 표현을 동원했다. 이에 따라 ‘사불상상위’(死不上常委·상무위원은 사형당하지 않는다)라는 관행이 사라질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저우융캉 사건은 이처럼 겉으로는 부패 척결로 보이지만 권력 투쟁을 통한 반대파 제거라는 속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시진핑으로선 이를 통해 권력을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를 마련했지만 적지 않은 과제도 안게 됐다.

정치적 불안 해소, 시스템 변화 이뤄야

우선 신구 권력 간 갈등설이 나도는 등 정치적 불안 요인이 가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선 현재 권력이 과거 권력보다 절대 우위에 있다는 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시진핑을 비롯한 현 지도부 대부분은 홍위병 출신이기 때문에 문화혁명이나 계급투쟁에 그들의 사상적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하는 중국학자도 있다. 다소 성급한 분석이긴 하지만 이는 최종적으로 중국의 현대화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관료 집단 내부에서 시진핑의 반부패 드라이브에 대해 불만을 갖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공무원 기피 현상도 두드러진다. 올해 공무원 시험에서는 무려 50만명 이상이 원서를 내고도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올 들어 공무원 자살률도 크게 치솟았다. 저우융캉에 대한 단죄는 부패 척결과 관련해서도 시진핑을 새로운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중국공산당은 지난 10월 열린 제18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18기 4중전회)에서 의법치국(依法治國)을 처음으로 국정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중국에서 당 간부가 된다는 것은 치부의 수단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통한다.

따라서 사법권 독립, 언론 자유, 내부 고발자 보호 등 시스템 변화를 이뤄내지 않고는 부패를 뿌리 뽑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처럼 당 최고 사정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가 주도하는 두더지 때려잡기 식 단속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 중화권 매체는 “이러한 방식으로는 ‘저우(周)융캉’을 잡아들여도 ‘장(張)융캉’이나 ‘리(李)융캉’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원교 (객원논설위원·원광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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