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희망이다] “한국교회야말로 진정한 친구입니다”

세월호 유가족들 감사 편지·고백… 팽목항 ‘하늘나라 우체통’에 담긴 사연

[한국교회가 희망이다] “한국교회야말로 진정한 친구입니다” 기사의 사진
진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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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239일째 되는 날입니다. 지난 4월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참변으로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 구조되고 304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습니다. 남은 8명의 수색 작업이 끝나자 방문객들의 발길도 뜸해졌지만 한국교회 성도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참사 직후부터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과 진도군교회연합회(진교연)는 팽목항에 부스를 설치해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을 위로했습니다. 오늘도 ‘하늘나라 우체통’엔 눈물로 얼룩진 편지들이 답지하고 있습니다. 진교연 회장을 지낸 전정림 목사는 “유가족들이 세월호 사건을 끝까지 잊지 않고 함께해준 한국교회야말로 진정한 친구라는 고백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유가족 대표도 “아픔을 함께해준 한국교회에 감사를 드린다”는 편지를 남겼습니다.


#하늘나라 우체통엔 무슨 사연이


‘하늘나라 우체국장’으로 통하는 송길원(하이패밀리 대표) 목사는 최근 ‘세월호’의 기억은 잊혀져선 안 된다면서 수천통의 편지 사연을 공개했습니다. 지난달 20일 ‘슬픔이 있는 곳이 성지다’(해피홈)라는 책을 출간한 송 목사는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7월 24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하늘나라 우체통’을 설치했습니다. 지금도 수취인을 ‘진도 하늘나라 우체통’으로 하면 팽목항 우체통으로 배달되고 있습니다.


하늘나라 우체통에는 지난달 21일까지 2258통의 편지가 접수됐습니다. 편지 내용은 주로 정부의 허술한 대응과 세월호 선장에 대한 분노, 희생자 애도, 유가족에 대한 위로 등 구구절절합니다. 세대별 분류로는 성인이 1528통으로 가장 많았고, 부모님과 함께 팽목항을 찾은 아이들의 편지가 뒤를 이어 450통이나 됐습니다. 친구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또래 친구들이 보내온 편지가 272통이었고, 해외에서 보내온 편지도 6통 있었습니다.


유가족이 피눈물로 쓴 편지는 차마 다 읽을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눈시울을 적실 뿐 아니라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고(故) 현철군의 엄마가 7월 5일에 쓴 편지는 그야말로 눈물바다입니다. “…안아 보자 얼마나 자랐는지, 얼굴 한번만 만져 보자. 우리 아기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니 목소리 니 노랫소리, 엄마는 너무나 간절히 원하는데, 우리 아기 아가 현철아…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오빠를 잃은 여동생은 보고 싶어 미칠 것 같다고 절규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걸 가르쳐주고 오빠는 그렇게 가버렸어. 그 많은 사람들 가슴 그만 아프게 하고 이제 그만 돌아와. 잊지 말라고 하는데 난 그 말이 너무 싫어. 잊고 싶어, 잊게 해줘! 잊어야 살 거 같은데, 잊을 수가 없어서 넘 힘들어.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어 어떡해….”


“어찌 그리 무심합니까?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이 정부가 원망스럽습니다….” ‘대한민국의 아이들의 한 아빠’라고 밝힌 이분은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지켜내지 못한 박근혜정부는 정말 무능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능력한 야당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경북 안동에 산다는 23세 청년은 “교직 이수를 통해 교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면서 “소중한 하나님의 생명을 하나님께서 기억하시리라 믿는다”는 위로의 글을 썼더군요. 광주광역시 대안학교에 다닌다는 학생은 “마지막 한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절대로 잊지 않고 함께 기다리겠다”는 맹약을 남겼습니다.


교사의 꿈을 이어가고 있는 20대 청년은 “비록 세상에서 이루지 못한 꿈,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활짝 피우기를 간절히 기도한다”는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 노란 리본을 가슴속에 새기고 다닌다는 대학생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세상의 모습이 사랑과 따뜻함이었으면 좋겠다”면서 “슬픔과 분노가 희망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남은 자들의 몫”이라고 밝혔습니다.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봉투에 돈을 넣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팔찌와 반지 등 자신의 귀중품을 넣은 이들도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늘나라에서 딸이 전해 온 편지


양봉진(48·안산 명성교회) 집사는 딸을 잘 키운 탓에 세월호 사고 때 딸을 천국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단원고 2학년 2반 반장이었던 고(故) 온유 자매는 세월호 갑판까지 나왔다가 친구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친구들을 구하러 객실 안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양 집사는 구조된 친구들로부터 딸이 객실로 다시 들어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입술을 깨물고 기도했다고 합니다.


양 집사님은 5일 “앞으로 이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슬픔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중보하겠노라”면서 “손해 봐야 한다. 양보해야 한다. 남은 세 자녀에게도 똑같이 가르치겠다”고 밝혔습니다.


양 집사는 지난달 23일까지 딸에게 모두 세 번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10월 11일에 쓴 첫 번째 편지에서 양 집사는 “네가 살아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니 그리움의 향수가 눈물을 적신다”면서 딸을 그리워했습니다. 참사 100일이 된 날에는 “슬픔 속에서도 원망과 분노를 버리고 온유답게 사는 것이 우리 온유가 바라는 것 아닐까 싶다”면서 딸을 잃은 슬픔을 달랬습니다. 지난달 23일에는 “우리의 만남이 너무나 짧았지만 잘 훈련된 인격과 성품, 잘 길들여진 영성으로 살아줘서 정말 고맙다”면서 “오늘도 우리 온유를 생각하면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지만 하늘나라에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하늘의 소망을 두고 살아갈게”라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편지 수신을 담당하고 있는 송 목사와 김향숙 가정사역 평생교육원 원장이 고민을 거듭하다가 김 원장이 온유를 대신해 양 집사에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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