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김병삼] 미생 신드롬 기사의 사진
윤태호 작가의 원작 웹툰 ‘미생’이 폭발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계약직 사원인 주인공 장그래가 정규직 전환의 벽을 넘을지 말지가 자못 궁금하다.

지난 4월 국내 매출 상위 20대 기업이 제출한 2013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정규직 증가율이 3.0%인데 비해 비정규직 증가율이 15.2%로 가파르게 오르는 등 비정규직 크게 늘어났다. 또 2014년 8월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비정규직이 처음으로 600만명을 돌파했는데, 이는 전체 임금 노동자의 32.4%에 이르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6개국의 평균 정규직 전환율이 35.7%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1.1%에 불과한 수치가 심각하다.

청년실업 시대의 불안함과 이런 사회 구조적 불확실성이 미생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능력도 있는 계약직 주인공이 정규직이 될 수 있을까? 장그래의 치열하고 안타까운 삶이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을 일으키는 모양이다.

미생의 성공 요인은 직장생활의 리얼리티가 아주 디테일하게 묘사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윤 작가는 미생을 기획하고 종료하기까지 무려 4년7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바둑을 배우고 기원 연구생을 대상으로 취재하며 만들어낸 인물이 장그래다. 현장을 방불케 하는 드라마 속 회사 생활은 그가 직접 무역상사에 취직해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산물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감’이 미생 신드롬을 일으킨 가장 큰 이유다.

계약직으로 살아가는 장그래의 ‘시한부’ 삶, 그리고 이 세상에 엄연히 존재하는 갑과 을 사이의 ‘넘사벽’(도저히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공감되는 모양이다. 월요일 직장에 출근하면 바로 드라마 속 인물들이 바로 ‘너’와 ‘나’다. 온라인 취업 포털 ‘사람인’이 드라마 미생을 알고 있는 직장인 762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미생에서 본인과 가장 비슷한 인물’은 누구인가? 조사 결과 주인공 ‘장그래’가 44%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뚝심 있게 일을 처리하며 상사를 신뢰하고 확실하게 일을 지원하는 ‘김동식 대리’가 17.5%를 차지했으며, 3위로는 정도를 지키며 일 처리를 하지만 승진이 늦은 ‘오상식 과장’(12.5%)을 동일시했다. 흥미로운 것은 드라마를 보고 출근한 월요일 아침, 못된 상사와 인물을 열심히 비난하는 당신을 보며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야!”라고 상대방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드라마 ‘미생’은 이 세상이 아주 불공평하며 정의롭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에게 신드롬이 되었다.시청률도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장그래의 성실함과 능력은 불의한 세상에 던지는 무언의 항거다. 이 인류가 존재하면서 한 번도 실현된 적 없는 ‘공의’와 ‘정의’에 대한 갈망이다. 공의로운 세상은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이다. ‘공의’는 신앙적 결단의 문제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하나님이 나에게 참 공평하시구나!”라는 고백이 찾아올 때, 정의롭지 못한 세상이 어느 날 살 만하게 느껴지는 때다. “이것이 사랑이구나!”라고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사랑은 공의롭지 않다. 불의하다는 말이 아니다.

늘 ‘사랑’의 눈으로 한없는 용서로 바라보시던 예수님의 눈길이 누군가에게는 날카로운 채찍이 되어 질책한다. 공평과 정의의 관점에서 본다면 예수님의 삶은 원칙 없이 불공평한 듯 보인다. 모든 이에게 공의를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눈앞에 있는 한 영혼에게 필요한 공의를 실천하는 것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사역이었다.

공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인간들의 시도는 폭력적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하면 한없이 자비로워진다. 공의를 설득하려는 사람보다 공의롭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사람이 많아질 때 찾아오는 것이 공의로운 세상 아닐까?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다! 불공평한 세상에서 공의를 뛰어넘는 그 무엇을 위해.

김병삼 만나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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