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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전시] 사진보다 더 생생하게 곶자왈 생명력 오롯이

이광호 이대 교수 개인전 1월 25일까지

[주목! 이 전시] 사진보다 더 생생하게  곶자왈 생명력 오롯이 기사의 사진
'무제 0420' 2014년작 캔버스에 유채. 국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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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곶자왈’을 아는지. 곶자왈은 ‘곶’(숲)과 ‘자왈’(덤불)의 합성어로 된 고유 제주 말이다. 용암이 만들어낸 척박한 토양에서 생존하기 위해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서 수풀 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을 말한다.

대관령과 태백의 독특한 풍광에 주목해오던 중견작가 이광호(47·사진) 이화여대 교수가 곶자왈에 꽂혔다. 200호, 400호 대형 캔버스에는 헝클어진 실타래 같은 곶자왈 겨울 숲이 사진보다 더 사실적으로 재현돼 있다.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축축하고 어두운 숲, 인적 끊긴 그 안에 들어가면 길을 잃고 헤맬 것 같다. 작가는 특정 장소를 시간의 변화에 맞춰 정기적으로 방문해 장면을 포착하고 속도감 있는 붓질, 중첩된 터치, 부드럽게 뭉개지거나 날카롭게 긁어낸 윤곽선 등 작가만의 표현 방식으로 그려냈다.

야생 숲에 들어서면 형태조차 잡기 어려워 막막했다는 작가는 “나무와 덤불과 넝쿨의 줄기가 조금이라도 빛을 더 보기 위해 사투하며 만들어낸 구불구불한 곡선의 조형미가 아름다웠다. 점점 그 형태에서 생명력의 징후를 봤다”고 말했다.

그 생명력을 재현하기 위해 선택한 표현 무기는 ‘니들’(판화에 사용하는 송곳)이다. 중첩된 터치 위로 니들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형태를 해체하는데, 거기서 역설적으로 야생의 생명력이 꿈틀거린다. 작가가 송곳을 휘두르는 행위 자체는 곶자왈에 감정이입이 되는 과정이다. 곶자왈은 심상의 풍경인 셈이다. 그를 마냥 사실주의 화가로 부르기 힘든 측면이 여기에 있으며 이는 표현주의로의 확장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는 작가는 사진보다 더 사진 같은 선인장 그림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런데 선인장 그림에서도 지금의 곶자왈 그림으로 발전할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선인장의 가는 솜털이다.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분을 빨아들이는 솜털이야말로 생명력의 상징이다. 그 솜털을 표현할 때 그는 송곳을 휘둘렀다. 겨울 곶자왈을 소재로 한 ‘그림 풍경’ 전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낮과 밤의 풍경으로 각각 나눈 전시방식도 재미있다. 전시는 내달 25일까지.

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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