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 시론-남성현] 다시 보는 스탈린의 전략 기사의 사진
조지워싱턴대학의 소른턴(Richard C Thornton) 교수는 2001년 한국전쟁의 기원을 새로운 시각에서 밝혀주는 책을 출판했다. 제목은 ‘왕따: 트루먼, 스탈린, 마오쩌둥과 한국전쟁의 기원(Odd Man Out: Truman, Stalin, Mao, and the Origins of the Korean War)’이다. 소른턴 이전에는 북한이 남한을 침공해도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스탈린이 오판한 것이 한국전쟁의 원인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소른턴 교수는 기밀이 해제된 여러 문서를 토대로 새로운 견해를 제시했다.

스탈린의 가공할 6·25 시나리오

소른턴 교수에 따르면 스탈린은 김일성을 이용하여 미국과 중국을 한반도에 끌어들여 서로 싸움을 붙이고자 계획했다. 김일성은 한 핏줄을 타고난 동족의 목에 칼을 겨눈 악마인 동시에 스탈린에게 철저히 이용당한 바보이기도 했다. 김일성은 개전 초기 삼일 만에 서울을 점령했지만 스탈린은 미군이 개입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북한군의 한강 도하 작전을 늦추었다. 또한 한강 도하 이후 북한군 최정예 6사단을 호남 쪽으로 돌아가도록 작전을 지시함으로써 미군이 한반도에 상륙할 시간을 벌어주었다. 스탈린은 미군의 인천상륙작전과 연합군의 북진을 반겼고 의도하던 바대로 중공군의 참전을 유도해냈다. 이후 한반도 전쟁은 밀고 밀리는 접전 속에서 미군과 중공군의 소모전으로 흘러갔다. 이렇게 한국전쟁은 스탈린이 짠 각본대로 진행되었다.

그럼 소른턴 교수가 밝히고자 하는 ‘왕따(odd man out)’는 누구일까. 마오쩌둥이다. 중공군은 소련군 대신 한반도에서 생지옥을 경험했고 전쟁 이후 서방세계로부터 무려 30년이나 따돌림 당한 후에 개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탈린도 승자는 아니었다. 미국은 소련을 상대로 전 세계적 봉쇄망을 구성했고 군사력 경쟁을 유도한 끝에 1991년 소련 해체라는 전과를 올린다.

북한과 러시아 관계 눈여겨 봐야

북한 핵 개발 및 적화야욕과 관련하여 러시아의 최근 움직임이 무척이나 우려스럽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일으켰고 크림반도를 합병하는 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로부터 극심한 제재를 당하고 있다. 최근의 갑작스러운 유가하락은 세계 최대의 산유국인 러시아를 타깃으로 한 미국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 조치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중국 중심적 틀에서 벗어나 러시아에 러브콜을 하고 있으며, 러시아 역시 북한에 프러포즈를 하고 있다. 북핵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역대 북한 정권 중 가장 호전적인 김정은 체제하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밀착되어 가는 상황은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

중국은 자국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위해 한반도의 안정을 필요로 한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이유는 한반도의 긴장이 중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유럽 세계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는 러시아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상대로 만지작거릴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다.

그런데 북한이 자기 발로 걸어 들어가 러시아의 꼭두각시를 자처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푸틴은 김정은을 역(逆)이용해 성동격서 식으로 미국의 힘을 극동에서 소모시키는 전략을 채택할 수도 있다.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할 시나리오지만 스탈린이 구사한 전략이다. 스탈린은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에서 함께 녹다운되기를 바랐지만, 푸틴은 굳이 한반도에 중국을 당장 끌어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핵은 북한을 악마이자 바보로 만들 파괴력을 갖고 있고 또 중국이 개입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북한 핵에 대해서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건, 한국전쟁 시의 스탈린의 전략을 떠올려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는(마 13:8) 비극의 도화선이 한반도가 되리라고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구상에 이보다 더한 화약고가 없다는 것이 냉정한 판단일 것이다. 신냉전시대를 평화롭게 넘어갈 수 있는 뱀 같은 지혜가 필요한 때다.

남성현 한영신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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