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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이나미] ‘마초 여성들’에게 고함

[청사초롱-이나미] ‘마초 여성들’에게 고함 기사의 사진
요즘엔 남성 못지않게 위세를 부리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남성보다 더 마초적이고, 더 강하고, 더 전투적인 여성들이 있다. 때론 진돗개처럼 한번 물면 상대가 죽을 때까지 놓아주지 않는다. 남성의 세계에 진입할 때 남성의 나쁜 점은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여성들의 좋은 점은 생각 없이 버린 탓이다.

칼 융의 분석심리학에서는 이런 여성들을 무의식의 남성측면인 아니무스가 병적 콤플렉스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겉으로는 매우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처럼 보이고 자신의 생각과 어긋나는 상대는 무자비하게 공격한다. 자녀의 성적을 소수점 이하 자리까지 관리하는 어머니,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비난하며 한쪽 구석으로 밀어붙이는 아내, 부하 직원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고 만기친람으로 꼬장꼬장 붙들고 늘어지는 여성 상사들, 정적들을 가차 없이 죽여 버리는 서태후나 측천무후 같은 권력자들이다.

장·단점 있는 아니무스 콤플렉스

아니무스 콤플렉스가 지나치게 경직되면 감정적 측면이 취약해 상대방은 물론 자신의 감정도 잘 읽지 못한다. 차가운 아니무스 여성들이 실직한 남편의 어깨를 더욱 움츠리게 하고, 우울증에 빠진 자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이유다. 이들은 스스로의 약함과 약점을 인정하지 않으니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무서운 시어머니, 냉혹한 중년여성들이 짐승 같은 태도로 약자들을 괴롭히는 소음공해 대사를 막장 드라마에서 내뱉는 이유이기도 하다.

머리가 좋고 능력이 출중한 아니무스 여성들 중에는 단순하게 소리 지르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교묘하고 무서운 방법으로 자신의 힘을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첩이 된 후 측천무후는 황후와 다른 비빈을 내쫓고 황후가 된 다음, 남편인 고종이 죽자 아들들에게 차례로 임금을 시켰다 내쫓으면서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했다. 영국의 대처 총리 역시 포클랜드를 탈환할 때 남성 대통령 못지않게 단호하게 무수히 많은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물론 아니무스 여성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예컨대 한중록을 쓴 혜경궁 홍씨는 병든 남편에게는 아주 차가운 아내였지만 자신의 슬픔을 추스르고 친정가문을 지키며, 세자빈과 대비로서의 역할은 최선을 다했다. 유관순 열사나 의기 논개 역시 대의를 위해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이나 욕구를 죽인 긍정적 아니무스 여성이다.

훌륭한 리더십의 조건은 자기비판

불평등한 사회에서도 유리천장을 보란 듯이 뚫고 나가는 여성들 중에는 어떤 역경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단호하게 앞날을 헤쳐가는 이도 많다. 그러나 자신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도 한다. 억압받고 상처받고 배신당한 기억이 강한 만큼 웬만한 남성보다 더 냉혹하게 변신하고, 그만큼 사람들도 사랑하거나 믿지 못한다. 아니무스 콤플렉스를 조정할 브레이크가 파열되고 균형이 깨져 방향과 속도를 조절할 수 없을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측천무후는 아들을 포함해 주변 사람들을 하나씩 제거하며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지만 막상 자신의 무덤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말라는 유언을 했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인생 전체를 깊이 혐오하고 부정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콤플렉스를 잘 다스리면 따뜻하고 훌륭한 여성 리더가 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남성들보다 더 추하고 잔인한 독재자가 된다. 남성보다 여성 상사가 더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다.

논어 말미에는 ‘백성들을 가르치지 않고 죽이는 것은 잔학(不敎而殺 謂之虐)이고, 과정은 보지 않고 결과만을 따지는 것은 포악(不戒視成 謂之暴)이고, 규칙을 멋대로 만들어 놓고 아랫사람만 조이는 것은 도적 같은 짓(慢令致期 謂之賊)’이라는 구절이 있다. 제 기분에 자식들 마음을 후벼 파는 어머니, 부하나 후배의 사기를 사정없이 꺾는 상사일수록 상대방에 대한 애정을 강조한다. 훌륭한 리더십은 열정과 확신의 강도가 아니라 자기비판과 객관적 분석 능력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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