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이들에게 차이는 어떻게 축복이 되었나 기사의 사진
저자 앤드루 솔로몬. 열린책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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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을 합쳐 1600페이지나 된다. 본문만 해도 1000페이지가 넘는다. 그림 한 장 없다. 그래도 이 책을 펼쳐 몇 페이지를 읽어본다면 틀림없이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게 되고 권하게 되고 선물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의 저자 앤드루 솔로몬이 쓴 전작까지 찾아보게 될지도 모른다.

솔로몬은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를 우아하고 정확하게, 무엇보다 따뜻하게 써냈다.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 부모는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이 사멸하지 않음을, 자기 생이 이어짐을 믿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처럼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 있다. 신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혹은 기질적으로 이상(異常)을 가진 아이들이다. 그들은 부모를 당황스럽게 하고 고통스럽게 한다.

미국의 정신건강 분야 연구자이자 저술가인 솔로몬은 “부모를 닮은 한에서 자식은 부모에게 가장 소중한 경외의 대상이 되지만, 부모와 다른 범위에서 자식은 가장 격렬한 비방자가 된다”고 말했다.

‘부모와 다른 아이들’을 낳고 키우는 것은 특별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낙태나 입양, 신생아 유기 등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장애인을 키우는 부모들의 용기는 세상의 인정과 지지를 받아왔다.

이 책은 장애인을 키우는 부모들을 다룬다. 게이, 청각장애인, 소인, 다운증후군, 자폐증, 정신분열증, 신동, 강간으로 잉태된 아이, 범죄자가 된 아이, 트랜스젠더 등을 자녀로 둔 300여 가족을 인터뷰했다. 저자는 부모가 자식의 장애와 이상을 이해하고 적응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아주 색다른 이야기를 구성해낸다. 장애인을 키우는 부모의 눈을 통해 장애나 정상성에 대한 편견을 재검토하는 것이 그것이다.

부모는 자식이기에 자식이 가진 다름을 필사적으로 이해하려고 애쓴다. 내 아이가 범죄 성향을 타고난 살인마라고 하더라도 부모는 그 아이를 버리지 못 한다.

부모는 인간 혹은 인간성이라는 스펙트럼에서 볼 때 최외곽에 위치한, 남들이 보기엔 기괴하거나 두려울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가장 근접한 이들이고, 사회가 감히 엄두도 못 낼 수준의 보호와 치료, 그리고 사랑을 그들에게 제공한다. 이 같은 부모들의 입지와 경험은 그들을 차이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이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 게이 간 결혼이 2011년 뉴욕주에서 합법화되었는데, 뉴욕주의 몇몇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지지를 표명한 게 결정적 계기였다. 로이 맥도널드 의원은 자신에게도 자폐증을 가진 두 명의 손주가 있으며 그 덕분에 게이 간의 결혼을 대하는 입장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저자는 차이와 다름에 대한 최고 수준의 인식을 장애가 있는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에게서 발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사회가 차이와 차별을 대하는 관점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이 점이야말로 이 책의 탁월한 부분이다.

저자는 장애나 이상을 치료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질병모델’을 폐기하고, 또 하나의 정체성이나 다양성으로 보는 ‘정체성모델’로 대체하고자 한다. 퇴행성 골반 질환을 갖고 태어난 빌 섀넌은 목발과 스케이트보드를 이용한 브레이크댄스 기술을 고안했다. 그는 신체적 결함이 없는 연기자에게 자신이 했던 것처럼 목발을 갖고 춤추는 법을 가르쳤다. 섀넌이 기술 지도와 연출을 맡은 태양의 서커스 공연 ‘바레카이’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솔로몬은 “모든 사람이 똑같이 기능하는 골반과 다리를 가졌다면 어떤 종류의 우아함은 어쩌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다수 장애인들은 장애보다 그들이 직면하는 사회적인 적대감이 훨씬 힘들다고 말한다. 이 적대감에 맞선 이들은 그간 동정이나 자선에 대한 이야기를 퍼트려 왔다. 그러나 솔로몬은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연대감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 책에 나오는 부모들이 처한 곤경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우리 중 누구도 한순간에 장애인이 될 수 있다. 급작스러운 사고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장애 인권학자 토빈 시러스는 “실제로 인생의 주기는 장애에서 한시적인 비장애로, 다시 장애로 흘러가는데 그나마도 운이 아주 좋은 때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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