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이장원] 노동시장 개혁과 국민 선택 기사의 사진
2014년 12월 19일은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관련된 노사정 합의를 도출하기로 한 마지막 날이다. 참으로 아슬아슬하게 노사정 주체들 간 갈등국면을 넘기면서 노사정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해 왔고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의 너무 큰 이슈들에 가려서 노동시장 개혁의 흐름이 실종되지는 않을지 모두의 걱정도 존재한다.

이번 노사정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대체적으로 구체적인 시간표와 방법론에 대한 합의는 어려울 것이고 개혁방향 내지 메뉴에 대한 기본 합의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현안일수록 합의를 쉽게 내리지 못하고 뒤로 숙제를 남겨두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노사정 간의 합의 방향에도 관심이 가지만 더 중요한 것은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와 향후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편 정책이 서로 다른 길을 걷는 것이 아니고 적어도 같은 방향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이 사회적 합의 없이 앞으로 나아가기는 힘들다. 노동시장은 선진국 시장경제에서 금융시장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의 잣대가 된다. 그만큼 국민경제에 주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변화를 크게 가져가기 위해선 사회적 주체들의 동의가 중요하다. 힘들다. 반면에 사회적 합의가 극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정책적 혁신 방안이 수반되지 않는 상징적 합의는 1년 이상 그 가치가 유지되기 어렵다. 1년 정도의 감흥 후에 모두 약속과는 관계없이 행동하는 과거의 협약들을 수차례 목격해 왔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와 정부 정책 간의 조율과 협조적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고용노사관계학회에서는 얼마 전 국민에게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1000명의 국민에게 간단하고도 명료한 답변을 요청했는데 여기서 얻은 주된 결과는 우리 국민은 노동시장 개혁 방법에 대해 편중된 이념이나 주장을 가지고 있기보다 원하청 관계의 개선, 취약계층 보호 강화, 대기업과 정규직의 기득권 관행과 제도 개선이 모두 필요하다는 응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동시에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노동시장 이슈에 국한해서 보면 임금체계에 대해선 근속 기간에 따르는 연공급에 대한 지지가 10%도 안 될 정도로 낮았고 능력, 성과, 직무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근로시간도 대다수가 일시가 아닌 단계적으로 단축하길 원하고 일단 단축이 돼서 초과근로를 줄이고 임금 손해가 있다면 어느 정도 감수하겠다는 의견이 90%에 달했다. 정년 60세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도 약 70%가 정년 보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그래서 기업에만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직무 개발, 임금피크제 실시, 임금체계 개편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요약해 보면 국민은 편향되거나 일방통행식의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원하기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하면서 다각적인 구조개선 방안들이 나와야 한다고 믿고 있으며, 아울러 구체적 개혁 과정에서 국민이 겪을 불편, 비용, 손해에 있어서도 기득권을 주장하기보다 어느 정도는 수용하고 인내할 각오들이 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은 과거부터 자기가 들고 있던 파이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도 있지만 우리 경제에 새롭게 전환의 계기를 만들고 싶어 하는 열망이 크다.

따라서 노사정 주체들은 자기 입장에서 어느 한 가지만을 답이라고 국민에게 던지지 말고 종합적인 노동시장 개혁 꾸러미를 수용하고 국민과 더불어 합리적으로 이를 추진해 가야 한다. 자기에게만 유리하거나 필요한 메뉴 하나만을 가지고 승부하기보다 카페테리아 식으로 개혁 메뉴를 차려주고 업종, 직종, 직장의 형편에 따라 골고루 찾아 먹을 수 있도록 국민에게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국민은 노사정 대표들이 결정해주는 것을 받아먹는 개혁의 방관자가 아니라 균형 잡힌 사고를 하고 현명한 대처를 하는 개혁의 주체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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