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준동] 2년 전 초심으로 돌아가라 기사의 사진
17세기 중반 강희제(康熙帝)로 시작된 중국 청나라의 전성기는 그 아들 옹정제(雍正帝)를 거쳐 손자 건륭제(乾隆帝)에 이르러 최고의 황금기를 맞는다. 강희-옹정-건륭 3대, 134년에 걸친 이 시기를 흔히 ‘강옹건성세(康雍乾盛世)’라고 부른다. 옹정제는 45세 때 5대 황제로 즉위해 13년간 재임했다. 그는 중국 역사상 가장 근면한 황제로 꼽힌다. 국정에 열중하느라 하루 평균 4시간밖에 잠을 자지 않았다고 한다. 과로로 사망했을 정도라고 하니 그의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무엇보다 그는 재임기간 중 친인척 및 측근을 차단한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황제 등극에 결정적 역할을 한 처남 연갱요와 롱고도가 국정을 농단하자 단호히 권력의 자리에서 내쳤다. 연갱요에게는 자결 처분을, 롱고도에게는 종신금고를 내렸다.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데 그 어떠한 측근비리도 용납하지 않았다.

피터 드러커는 1995년 출판된 ‘미래의 결단(Managing in a Time of Great Change)’에서 국가를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로서 대통령이 반드시 지켜야 할 6가지 수칙을 제시했다. ‘정부직에 자기 사람을 앉히지 않아야 한다’는 5번째 수칙은 그중 핵심이다. 측근인사를 일삼던 대통령은 예외 없이 남은 생애를 후회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들었다. 아무도 대통령의 측근을 정당하게 평가하려 하지 않으며 대통령의 스파이쯤으로 여기면서 신뢰를 보내주지 않는다. 또한 대통령 측근들 스스로 권력남용의 유혹을 느끼며 이들의 스캔들은 대통령의 정책과 업적에 재를 뿌린다고 경고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권력에 내 주변 사람을 앉히지 않겠다’는 평소 소신을 지켰고,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미국 역사상 가장 폭넓은 인맥을 자랑했지만 측근을 행정부에 기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링컨과 루스벨트는 러시모어의 ‘큰바위얼굴’에 새겨질 정도로 지금도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남아 있다.

그럼 우리는 어떤가. 측근 및 친인척과 거리를 둔 정권이 있었던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들, 친형, 동향, 동문 선후배도 모자라 종교적 성향이 비슷한 인물까지 권력 중심에서 호가호위했다. 정권 말기는 언제나 이들의 비리로 얼룩졌고 국정은 마비되기 일쑤였다. 박근혜정부를 보자. 공기업·금융기관에 측근들을 낙하산으로 내리 쏟아붓더니 급기야 비선 실세들의 권력 암투 성격이 짙은 문건 파문으로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집권 2년도 지나지 않아 벌써부터 레임덕을 우려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의원들과 가진 오찬 회동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서 하고, 그래서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하게 되면 그 이상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겁나는 일이나 두려운 것이 없기 때문에 흔들릴 이유도 없고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모두 옳은 말이고 명언이다.

그런데 옹정제는 하루 4시간밖에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서 화려한 수사보다 측근들을 어떻게 멀리하고 어떤 탕평으로 나라를 반석 위에 올릴까 걱정했고, 링컨과 루스벨트는 정치적 라이벌을 장관으로 앉히는 등 ‘말이 아닌 귀를 열고’ 나라를 이끌었다. 소위 ‘문고리 권력 3인방’ 등 소수 인사들에게 둘러싸인 채 폐쇄적이면서 고집불통의 리더십으로는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 겁나고 두려운 마음으로 박 대통령이 먼저 스스로를 성찰해봐야 한다. 권력 주변 관리 시스템이 잘 되고 있는지, 지지율이 왜 추락하고 있는지 등을 세심하게 짚어봐야 한다.

마침 19일은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지 꼭 2년 되는 날이다. 박 대통령은 자정 무렵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한 웃음으로 “실천하는 민생 대통령이 돼 국민행복 시대를 열고 대통합의 대통령으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이제라도 측근들을 뒤로하고 2년 전 그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그래야만 향후 3년 웃음을 되찾고 국민행복 시대도 열 수 있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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