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완충지대가 필요하다-인터뷰] 교육 자선단체 ‘키드스케이프’ 피터 브래들리 부회장 기사의 사진
영국 교육 자선단체 키드스케이프(Kidscape)의 피터 브래들리 부회장은 지난달 초 한국의 한 고교를 방문했다가 충격을 받았다. 교실에서 ‘셔틀’이란 말을 처음 접하고서다. 셔틀은 급우에게 빵을 사오게 하거나 가방을 들도록 시키는 식의 괴롭힘을 뜻하는 은어다. 그가 방문한 학교의 한 학생은 같은 교실 친구를 가리키며 “쟤가 우리 반 빵셔틀”이라고 일러줬다고 한다.

지난달 영국 런던의 키드스케이프 사무실에서 만난 브래들리 부회장은 “학교폭력과 왕따는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권력싸움인데 셔틀은 이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점”이라며 “한국의 학교 문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키드스케이프는 학생들 사이의 괴롭힘(Bullying)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교사·부모·학생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체다.

브래들리 부회장은 교사와 학생 사이의 ‘교감’을 강조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알아채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학생들의 ‘보디랭귀지’를 읽어야 한다.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은 서 있는 자세부터 다르다. 그는 “등이 구부정하지 않은지, 상대방 눈을 제대로 바라보며 웃으며 얘기하는지, 말을 더듬지 않고 끝을 명확하게 맺는지를 보라. 학생의 몸짓과 태도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고 했다.

한국 학교를 방문했을 때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책상과 의자를 한쪽으로 밀어버린 뒤 학생들의 자세를 확인하고 교정하는 것이었다. 브래들리 부회장은 “담임교사는 반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지만 나는 1시간 만에 학교폭력이나 따돌림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 5∼6명을 찾아냈다”고 했다. 이어 “주눅이 들어 있는 피해 학생들의 자세는 가해 학생의 타깃이 되기 좋다”고 덧붙였다.

교사 못지않게 부모 역할도 중요하다. 그는 “자기 아이가 괴롭힘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한 대부분의 부모는 일단 현실을 부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내 아이가 그런 문제를 겪을 리 없다고 애써 회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대화에 서툰 경우도 많다. 피해 학생에게 “왜 당하고만 있느냐”며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식의 보복을 부추기는 부모도 있다. 사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태도다.

키드스케이프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친구 사이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장난과 문제가 되는 괴롭힘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부터 필요하다. 또 괴롭힘이 발생할 때 “싫어”라고 단호하게 말한 뒤 바로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훈련도 중요하다. 브래들리 부회장은 “최대한 차분해야 한다. 가해 학생들은 괴로워하는 피해 학생들의 반응을 즐긴다”고 말했다. 교사·부모·학생들이 알아야 할 더 구체적 가이드라인은 키드스케이프 홈페이지(www.kidscape.org.uk)에서 확인할 수 있다.

런던=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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