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지상주의’ 사회 주범… ‘돈 되는 수술’ 권하는 병원 공범 기사의 사진
“성격도 좋고 예뻐서 친구가 많았는데….”

21일 오후 서울 강남 대형병원 장례식장에서 한 무리의 여대생이 침통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이틀 전 서울 서초구 성형외과에서 4시간에 걸쳐 턱을 깎는 양악수술(안면윤곽수술)을 받았던 대학생 A씨(21·여)의 빈소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A씨는 수술 중 갑자기 혈압이 떨어져 응급조치를 받았다. 회복되는 듯하더니 심정지가 일어났다.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같은 날 오후 11시쯤 끝내 세상을 떠났다. 서초경찰서는 진료 기록 등을 확보하고 집도와 마취를 담당한 의사 2명을 소환하며 의료 과실 여부 수사에 착수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도 의뢰했다.

지난 3월 2일에는 부산의 한 병원에서 양악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 중이던 배모(33)씨가 숨졌다. 2월 28일 수술을 받은 배씨는 입원 이틀 만인 3월 1일 “목이 답답하고 숨을 쉴 수가 없다”며 심한 통증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형을 권하는 ‘외모지상주의’ 사회가 애꿎은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부작용과 위험성을 알면서도 ‘돈 되는 수술’을 권하는 의료계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본래 양악수술은 턱과 치아 부정교합 등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이다. 하지만 일부 연예인이 양악수술로 달라진 모습을 TV 등에 비치면서 이제는 ‘성형수술’로 변질됐다. 신경과 혈관이 즐비한 턱뼈를 잘라내는 위험한 수술인데도 성형외과들은 ‘겨울방학 특수’를 맞아 연예인까지 동원해 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수술비가 1000만원대에 이르고 4∼7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인데 부작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의료계는 연간 5000건이 넘는 국내 양악수술 가운데 20∼30%에서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 6월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양악수술 피해 상담 121건 중 62%는 부작용 문제였다. 통증·감각 이상이 25건(28.1%), 비대칭 21건(23.6%) 등이었다.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오갑성 교수는 “성형외과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적자가 나는 곳이 속출하자 ‘돈이 되는 수술’인 양악수술을 시도하는 의사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악수술이 급증하면서 피해보상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김모(44)씨는 2012년 1월 턱뼈 부정교합을 교정하기 위해 강남 A병원에서 양악수술과 턱끝성형술, 사각턱교정수술을 받았다. 이후 신경 손상에 따른 혀·입술 감각이상, 안면 비대칭, 발음 이상 등 부작용이 발생하자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0단독 원정숙 판사는 이달 초 김씨 가족이 A병원 원장 강모씨와 담당의사 김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원 판사는 “병원에서 턱뼈를 과도하게 깎고 수술 후 9일 만에 고정장치를 제거해 불안정성을 가중시켜 염증 등이 발생했다”며 병원 측에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전주지방법원 제4민사부(부장판사 박종학)도 지난 8월 “양악수술을 받은 뒤 성대가 마비됐다”며 B씨(28)가 성형외과 의사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C씨는 B씨에게 위자료를 포함해 2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B씨는 2009년 12월 14일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C씨로부터 양악수술을 받았다. 성대 및 후두 마비, 발성장애 등 수술 부작용으로 인공성대삽입수술을 받게 되자 C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부수적 효과인 ‘외모 개선’에 너무 몰입하면 무리한 수술로 이어져 심각한 후유증을 겪기 쉽다”며 “기능상 문제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입체적이고 정밀한 사전 계측’을 통해 정교한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수민·임지훈 기자,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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