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박성래] 우주개발 경쟁에서 뒤쳐진 한국 기사의 사진
소란스러운 2014년이 저물고 있다. 나라 밖에서는 이슬람국가(IS) 관련 테러와 함께 북한 풍자 영화를 두고 벌어진 사이버 테러가 꺼림칙하다. 이런 지상의 소란을 아랑곳하지 않는 듯, 지구 밖 먼 우주에서도 뉴스는 만들어지고 있다. 12월 동안에만도 화성에서는 생명체 가능성을 예고하는 소식이, 혜성에서는 물 성분을 검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의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는 지난 20개월 동안 화성 표면 대기 검사를 통해 화성에 불규칙하게 퍼져 있는 메탄가스를 관측했다. 메탄은 탄소 1개와 수소 4개가 분자 결합한 유기화합물로, 생물의 대사 과정에서 나온다. 그것은 만들어진 다음 수백년 이상 존속될 수는 없다니 화성의 메탄은 최근에 생성됐거나, 지금도 생성되고 있다는 짐작이다. 그렇다고 화성의 생명체를 확증해주지는 않는다지만 아주 흥미로운 발견이다.

유럽연합의 혜성 탐사선 로제타는 11월 혜성에 착륙하여 물과 메탄 등을 발견했다고 지난 10일 보도됐다. 지구 표면 3분의 2를 덮고 있는 이 많은 물은 원래 혜성이나 소행성 등에서 온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주장해 왔다. 46억년 전 지구가 처음 생겨날 때에는 너무 높은 온도 때문에 물은 다 증발해 사라졌는데, 그 후 지구가 식어가면서 혜성과 소행성들이 충돌하여 지구에 물을 넘겨주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현재로서는 혜성의 물은 지구상의 물과 구성이 조금 다른 모양이어서 혜성보다는 소행성이 지구의 물 기원일지도 모른다는 학설로 옮겨가는 듯하다.

이렇게 미국과 유럽의 우주과학이 우원(迂遠)하기 그지없는 과학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달리 중국은 팽창하는 국력을 우주개발에 쏟아 넣기 시작하여 지금 세계 서너 번째의 우주강국에 오른 상황이다. 11년 전 이미 유인우주선을 성공시킨 중국은 작년에는 탐사선을 달 표면에 착륙시켰다. 이미 우주정거장을 지구 궤도에 올려 유인우주선과 연결시키는 도킹에도 성공했다. 2022년에는 상설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려는 야망에 차 있다.

현재 지구 궤도에는 1998년 띄워 올린 국제우주정거장(ISS)이 과학자들을 태우고 운전 중이다. 유럽연합 중심의 20개 나라들과 미국, 러시아, 일본, 캐나다, 브라질이 회원국인데 중국은 거기 없다. 2024년까지는 예산이 확보되었다지만, 그 후는 어찌 될지 알 수 없다는 국제우주정거장이다. 회원국들이 서로 돈을 내지 않고 버티는 듯하니, 2025년쯤이면 중국이 유일한 우주정거장 국가로 남을지도 모른다.

한국은 이제 겨우 우주개발국의 하나로 인정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 달 뒤면 만 2년을 바라보는 나로호 발사 성공(2013년 1월 30일)이 우리나라를 세계 14번째의 우주개발국으로 인정받게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우주개발 경쟁력은 세계 8위라는 분석도 있다. 앞으로 2020년에는 달, 2030년에는 화성 탐사를 계획 중이란 보도도 보인다. 우주개발 당국의 야망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직 걸음마 단계임은 분명하다.

우주개발은 1957년 10월 4일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로 시작되었다. 그 후 그것은 냉전시대의 대표적 미·소 대결의 장이 되었다. 급해진 미국은 막대한 예산을 동원해 우주경쟁에 국력을 기울였고, 그 덕에 많은 개발도상국 이공계 학생들이 미국 대학원에 유학할 수 있었다. 나는 바로 스푸트니크의 해(1957년)에 대학 물리학과에 진학했고, 그 덕에 나의 친구들 여럿이 미국 대학원으로 떠났다. 곧 회갑을 맞는 우주개발이 많은 과학기술 발전을 뒷받침했음은 누구라도 다 알만한 일이다. 자동차의 길 안내, 정확해진 일기예보, 수많은 방송 채널에서 무서운 무기개발까지.

그런데 보름 전 신문 보도는 나를 크게 실망시켰다. KAIST 여론 조사 결과 20%나 되는 학생이 “장학금 도로 내놓더라도 이공계를 떠날 것”이란다. 이들은 국비 장학생인데, 그들이 장래의 어두운 전망 때문에 이공계를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이공계에 더 투자하여 이들 젊은이에게 희망을 주는 나라를 만들어야 할 텐데 말이다.

박성래(한국외대 명예교수·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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