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50년] 대륙 진출 ‘드림 로드’… 나진·하산 프로젝트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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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9일 러시아산 석탄 4만5000t을 실은 벌크선이 북한 나진항을 떠나 포항항에 들어왔다. 2006년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제안된 이후 8년 만의 첫 시범운항이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노후된 나진-하산 구간 철도와 나진항을 정비해 남북과 러시아를 잇는 복합 물류·운송 사업이다.

석탄 4만5000t은 포스코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들여오는 석탄 연간 200만t(2400억원 규모)의 40분의 1에 불과하다. 액수와 양만 보면 보잘것없는 작은 사업이지만,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가진 미래와 폭발력은 거대하다.

◇나진·하산은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고리=2013년 러시아가 정비한 나진-하산 간 54㎞ 구간은 부산을 출발해 북한을 관통하는 한반도종단열차(TKR)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9297㎞)와 연결되는 핵심 고리다. 중국횡단철도(TCR)와도 연결될 수 있다. 한반도 물류가 러시아와 유럽으로 바로 연결된다는 의미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유럽과 아시아를 연계하는 경제협력 체제에서 한국이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출발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참여한 코레일 지용태 처장은 30일 “이론적으로만 보면 남북 간 철도는 연결된 상태이기 때문에 부산에서 출발해 나진으로 올라가서 러시아 하산을 거쳐 모스크바까지 갈 수 있다”며 “다만 노후한 북한 철도를 어떻게 보수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나진항은 이미 중·러의 각축장=북한의 나선(나진·선봉) 지역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나선항이 위치한 나선 지역은 중국 동북지역, 러시아 극동지역, 북한의 북부지역이 꼭짓점에서 만나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전문가들은 나선 지역을 동북아 물류 대동맥의 핵심 축으로 지목하고 있다. 동북3성과 러시아 극동지역, 북한 북부지역 등을 합치면 인구 1억5000만명에 2020년 12조5000억 달러의 경제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유 철광석 등 각종 천연자원이 풍부해 개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중국 입장에서 나진항은 ‘차항출해’(借港出海·항구를 빌려 바다로 진출한다)의 핵심 지역이다. 중국은 현재 동북3성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고, 그중에서도 창춘(長春) 지린(吉林) 투먼(圖們)을 연결한 ‘창지투’ 지역 개발이 핵심이다. 여기에서 생산된 물류가 훈춘을 거쳐 나진항으로 나오면 물류비용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연구도 나왔다. 중국은 이미 2011∼2012년 훈춘과 나진항을 연결하는 도로 포장을 실시했고, 신두만강대교도 건설 중이다. 러시아 역시 극동지역 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며,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러시아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대안으로 떠오른 3국 협력, 갈 길이 멀다=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시범운송을 실시했지만, 아직 본계약도 체결되지 않은 상태다. 러시아 측 지분 인수를 위한 국내 컨소시엄에 참여한 포스코·현대상선·코레일 관계자들은 대부분 “본계약 체결 전까지 따져봐야 할 조건들이 너무 많다”고 입을 모았다. 경색된 남북 관계, 경제적 타당성 등 가변적인 요인이 너무 많아 기업들이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도 한때 전동차를 제작하는 계열사인 현대로템을 통해 유라시아 횡단철도 사업 참여를 검토했다. 정몽구 회장은 2013년 “부산에서 독일 함부르크까지 1만9000㎞를 배로 가면 한 달 가까이 걸리지만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하면 열흘 안에 갈 수 있다. 운임도 컨테이너 1대당 평균 980달러로 2200달러의 선박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정부와 학계에서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처럼 남·북·중, 남·북·러와 같은 3국 합작 사업을 남북 직접 경협을 대신할 새로운 모델로 보고 있다. 3국 협력이 북한 내 사업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3국 간 이해관계 조율에 어려움이 많고 사업 진척도 느리다는 게 기업들의 평가다.

결국 대북 경협 등을 금지한 5·24조치 해제, 남북경색 국면 해소 등이 이뤄져야 남북 간 경협이 활성화되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본격화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관계자는 “북한 문제가 풀리면 북한 물류 등에 투자할 기업은 얼마든지 있다”며 “다만 정치적 불안정성 등이 제거돼야 사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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