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형법 만능주의 어서 사라져야 자유가 숨쉰다” 기사의 사진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24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연구실이 내 생활의 중심이 되겠지만 필요하다면, 또는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나설 수도 있다”며 “내겐 정치 참여에 대한 결벽증은 없다”고 말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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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49) 서울대 법대 교수는 진보진영의 스타다. 갖가지 정치·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진보적 목소리를 내왔고,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를 도왔다. 최근 출간된 ‘절제의 형법학’(박영사)은 법학자 조국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법에 대한 그의 관점은 책 제목 그대로 ‘절제’로 요약된다. 책머리에 쓴 글을 인용하자면 “형법의 과잉도덕화·과잉범죄화·과잉형벌화에 대한 반대, 형법의 겸억성(謙抑性)·보충성·최후수단성에 대한 지지”라고 설명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전 청바지 차림의 조 교수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7평이라는 그의 방은 아늑해 보였다. 책상 위에는 기말고사 시험지가 쌓여 있었다.
“법은 본래 시민의 자유를 옹호하는 장치인데 자유에 대한 수호자가 아니라 자유에 대한 침해, 억압, 박탈로 느껴지고 있다. 특히 형법이라고 하면 대부분 두렵고 피해야 할 것으로 여긴다. 일제시대와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형법이 지배도구로 사용된 탓이다. 형법은 절제되지 않은 상태로 만들어졌고, 해석되고, 집행되고 있다.”

책은 이같은 관점에서 사형제, 존속살해죄, 혼인빙자간음죄, 군인간 합의동성애 형사처벌,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국가보안법상 이적성, 성 표현물의 음란성, 교원 정치활동, 쟁의행위에 대한 업무방해죄 등을 검토한다. 조 교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상위 국가와 국제인권법 기준으로 봤을 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썼다”며 “지난 10년간 작업한 결과를 모은 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 가지 예를 들었다. “존속살해죄의 경우 극심한 아동학대의 결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걸 패륜아로 매도해 처벌한다. 또 민간인 사이의 합의동성애는 처벌하지 않는다. 그런데 군인이 합의동성애를 하면 범죄가 된다.”

책에서 다룬 주제들은 하나같이 폭발성이 강한 쟁점들이다. 대부분이 소수자 문제들이라서 인기도 없다.

“정치인들이 이런 얘기하면 표 떨어진다. 언론에서도 부담스러워 한다. 누가 간통 옹호자, 패륜 옹호자가 되고 싶어 하겠나. 간통사건 수사해본 사람들이라면 다 간통죄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누구도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여기에 학자가 할 일이 있다. 표가 안 되고 돈이 안 되는 일. 학문이나 학자의 역할은 그걸 비추고 문제제기하는 것이다.”

조 교수는 “헌법이 대학의 가치와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고, 대학이 교수들의 정년을 보장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면서 “그것은 대학교수들에게 힘이나 돈에 굴하지 말고 떠들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상 이적성 판단기준의 변화와 그 함의’를 논한 장에서 “‘미제 축출’ ‘자본주의 폐절’ ‘혁명투쟁’ 등을 주장하는 이에게도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자신의 사상을 선전하고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썼다. 최근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질문했다.

“헌법재판소가 2009년 혼인빙자간음죄를 위헌으로 결정했다. 혼인빙자간음죄가 폐지된 후 우리 사회가 도덕적으로 문란해졌나? 저는 ‘주사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허용한다고 우리나라가 ‘빨갱이 천국’이 되느냐? 그건 공포다.”

그는 또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데,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사람들을 본다. 그들을 보고 교회 가고 싶지는 않다”며 “그와 비슷하다. 아무리 ‘김일성 만세’를 외친다고 누가 마음을 뺏길 것인가?”라고 말을 이었다.

그는 통진당 해산 결정에서 나온 ‘8대1’이라는 숫자에 특히 주목했다. “통진당 해산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찬반이 7대3, 6대4 정도다. 그런데 헌재 재판관들은 8대1이었다. 헌재가 보통 시민들보다 더 보수적인 것이다.”

조 교수는 “헌재는 1987년 민주화운동 결과물로 만들어졌다”면서 “법률은 다수파가 만들지만 헌재에 위헌을 선언할 수 있는 권한을 줘 정치적 소수자에 대한 보호 임무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10여년 사이에 헌재 재판관들이 거의 대부분 60대, 엘리트 출신, 고위 사법관리로 채워졌다. 이번 통진당 해산 결정은 ‘헌재가 너무 한 쪽으로 갔구나’, 그걸 보여줬다.”

그는 진보진영에서는 스타 취급을 받지만, 보수진영으로부터는 공격의 대상이 돼왔다. 오랫동안 고소, 고발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그는 한 차례도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소, 고발 수없이 받았다. 논문 표절이라고 공격도 받고. 모든 게 무혐의로 밝혀졌고, 제가 역공할 수 있지만 안 한다. 논문도 표절 혐의가 있다면 주장하는 건 막을 수 없다. 그들이 고소권 행사하는 걸 막을 수 없다. 체제와 공인은 비판을 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형법이 그걸 처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 역시 표현의 자유가 있다. 그들의 사상도 존중해줘야 한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내년에 특별한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조 교수는 “지난 대선 이후 TV나 신문에 나가는 거 다 끊고 이 방에서 2년간 책을 썼다”면서 “내년에도 이 모드로 가야 할 것 같다. 내년 여름쯤 번역서 한 권을 내려고 요즘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 7평 공간이 내 생활의 중심”이라며 “하루 종일 여기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이 되면 바깥으로 나간다”고 덧붙였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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