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계동] 평화가 대박, 통일은 소박하게 기사의 사진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다만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실제 통일을 이룬 후 적어도 몇 년 동안 안정된 통일국가로 유지되면서 번영할 때 ‘통일은 대박’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통일을 위한 환경도 전혀 조성돼 있지 않고, 어떠한 과정을 통해 통일을 이룩할 것인가에 대한 복안도 없고, 상대와 협의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하는 것은 섣부른 구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통일은 과정과 결과로 나눠서 봐야 한다. 지금까지의 통일 사례들을 보면 통일의 과정은 험난하고, 실패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예멘의 경우 1990년에 합의통일을 했으나 4년 만에 다시 분단되는 실패를 경험했다. 통일 이전보다 이후의 갈등이 더 심각했고, 이러한 갈등은 결국 남북예멘 간 내전을 가져왔다. 내전이 1994년 북예멘의 승리로 끝나면서 예멘은 합의통일이 아닌 무력통일을 하게 되었다. 예멘의 통일실패 원인은 통일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주변국들의 중재로 간헐적인 통일 협상을 했으나 통일의 결정적인 계기는 1989년의 세계적인 냉전 종식이었다. 갑작스러운 통일을 했기 때문에 국가 전체의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특히 군사통합이 부실했기 때문에 내전까지 일어난 것이다.

독일 통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별다른 준비 없이 이뤄졌는데, 결과적으로 성공했기 때문에 우리는 독일의 통일 과정이 순탄했던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통일 이후, 특히 서독의 일방적인 흡수통일 이후, 동독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심했고 서로 다른 체제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했다.

통일 2년 뒤인 1992년 여론조사 결과 동독 지역 주민들이 자신이 독일인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45%, 동독인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55%일 정도로 동독인들은 통일에 완전히 흡수되지 않고 있었다. 1995년 조사에 따르면 통일 이후 상황을 예상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동독 주민들 중 낫다는 응답자가 13%, 비슷하다 33%, 못하다가 53%의 결과가 나왔다. 동독인들의 소외감과 열등감도 심각하게 나타났는데 2등 국민 대접을 받는다 72%, 마음속의 장벽이 더 높아지고 있다 67%였다.

1960년대 후반부터 20여년간 서독의 동방정책으로 동독 주민들의 의식이 많이 개방되었는데도 새로운 체제가 들어서는데 대한 불신, 반감이 좀처럼 완화되지 못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체제가 하나로 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예멘의 경우는 실패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점에서 통일은 평화를 바탕으로 하여 서로 이해를 하면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통일이지만 지금 당장은 평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평화는 국내적으로도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 평화에 따른 군사비 절약으로 생기는 잉여예산을 국민 복지와 국가 발전에 사용할 수 있다. 평화에 따른 대북사업, 한발 더 나아가 해외에서 북한과의 공동 사업까지 하게 된다면 우리 경제 발전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통일을 거창하게 환상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조심스럽게 작은 것부터 시간을 두고 실용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특히 우리 체제부터 정비하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북한 주민들에게 접근해서 우리 체제의 우월성을 알려야 한다.

통일을 소박하게 시작해야 우리가 북한 주민들과 화합하는 데 어려움이 줄어들 것이다. 서독은 일방적으로 무리하게 접근했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었으나 서독의 막강한 경제력과 체제의 안정성 때문에 통일 후유증을 이겨낼 수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일 논의보다는 평화 추진이다. 평화협정, 평화헌장, 평화공동체 등 어떠한 방식으로든 제도화하여 쉽게 파괴되지 않는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김계동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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