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50년] “과거사, 휴머니즘으로 접근…  독도 문제는 좀 더 여유있게” 기사의 사진
노무현정부 당시 주일 대사를 지냈던 라종일 한양대 석좌교수가 지난 22일 서울클럽에서 한·일 수교 50주년과 관련, 우리 정부의 대일 외교정책 기조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이동희 기자
라종일 한양대 석좌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해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VIP(Victory in the Pacific)데이를 참전국에 제안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국·일본 대사,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역임한 라 교수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휴머니즘’ 등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접근을,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여유 있는 태도’를 강조했다. 인터뷰는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지난 22일 진행됐다.

-내년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광복 70주년이다.

“한국이 이니셔티브를 발휘해 8월 15일에 태평양전쟁 참전국들이 기념 대회를 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좋겠다. 미·중·일·러와 남북한이 함께 승전국이나 패전국의 구별 없이 ‘파시즘, 그리고 군국주의적인 제국주의’에 대한 승리의 날로 기념하는 것이다. 가칭 VIP데이로 부를 수 있다. 유럽에는 빅토리 인 유럽데이, 즉 VE데이가 있다. 연합국이 독일을 이겼다는 게 아니라 나치즘을 이겼다는 의미다.”

-일본 사회가 점차 우경화되고 있다.

“재임 시절 일본 사람들의 피해의식이 많아서 놀랐다. ‘가해자의 피해의식’이다. 메이지유신 이래로 ‘국가’는 아주 강성대국이 됐다. 하지만 일본 ‘국민’ 차원에서는 청일전쟁, 러일전쟁, 2차 세계대전으로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 국가를 위해 목숨도 바쳤는데 자신들이 나쁘게만 평가를 받으니 억울하다는 것이다. 일부 일본 정치인들이 그런 감정을 악용한다.”

-아베 신조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를 폐기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상당히 집권기반이 탄탄하다. 이 기회에 그런 무리수를 두려 할 수 있다. 국민의 오도된 인기에 편승해서 집권을 연장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일본에 유익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일본의 양식 있는 세력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한·일 과거사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가 터졌을 당시 외국 언론에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이 갈등은 한·일 간의 갈등이 아니라 불행한 과거에서 올바른 추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갈등’이라고 했다. 일본 과거사 문제는 인류 차원의 문제다. 휴머니티의 문제다.”

-독도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은.

“예전에 독도는 일본 사람들이 거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가 굉장히 강경하게 나가니 일본에서도 중심 문제가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가 독도를 갖고 있는데 그냥 조용히 있으면 되지 않느냐. 내 아내를 다른 사람이 자기 아내라 우겨도 굳이 싸울 필요가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국민감정은 어쩔 수 없지만 외교 차원에선 좀 더 여유 있게 생각하는 게 좋지 않나.”

-박근혜정부가 중국에 지나치게 가까워지면서 미·일이 밀착하고 한·미동맹이 약화된다는 우려가 있다.

“국가와 국가 사이에 큰 구조의 협력 관계는 많을수록 더 좋다. 경제적으로 한·중·일 세 나라는 떼려야 뗄 수 없다. 특히 일본은 우리의 안보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한국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일본에 있는 미군 기지가 한국을 지원하는 주된 기지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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