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50) 옷을 잘 입는다는 것 기사의 사진
푸른색의 소박한 매력. 김은정 제공
옷을 잘 입기 위해서는 즐겁게 입는 것이 최선이다. 즐거움은 옷을 입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고개를 든다. 누구누구를 별 생각 없이 따라 하는 행위는 속 빈 강정이다. 입고 싶은 마음은 ‘나’를 알아야 생성되는 귀한 욕구다. 어떤 색상과 스타일이 내게 맞고 어떤 옷을 입어야 편한지 파악이 되면 옷을 입는 일이 쉬워진다.

옷을 흥 있게 입는 아이디어를 구할 수 있는 영감의 보고는 바로 우리 주변이다. 각종 예술 전시회 포스터, 진열장 디스플레이, 영화 주인공들의 옷차림, 학생들의 정갈한 교복, 자연 풍광 등 시각적인 모든 것이 영양분이 된다. 유명 브랜드들의 패션쇼 사진도 그림의 떡이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옷 자체보다 옷을 어떤 식으로 입는지 눈여겨본다. 내가 특히 관심 있게 주시하는 부분은 색상 배합이다. 색상만 남다르게 조합해도 충분히 멋지다. 디자이너들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독창적 혜안을 제시한다.

지혜는 풍요가 아닌 부재와 모자람에서 나온다. 있어야 할 것이 없으면 뭔가로 대체하고 뭔가가 부족하면 충당하는 ‘위기 모면’ 대책이 발휘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떨어져나간 단추 대신 작은 옷핀으로 여미고 (옷핀을 감추고자) 단춧구멍 안으로 리본 끈을 넣어 곱상한 매듭으로 마무리하면 감각 있게 포장된다는 점을 단추가 붙어 있었으면 몰랐을 것이다. 때로는 모자람과 부재가 뜻밖의 스타일을 여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요지는 최신 유행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나만의 이야기를 엮기 위한 노력, 옷을 잘 입기 위해 가야 하는 길이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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