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새해엔 대통령 지도력 회복해야 한다 기사의 사진
이름을 대면 웬만한 교계 인사들은 알 만큼 꽤 영향력 있는 목사님의 말씀이다. 담임목사의 임기 말이 가까워지니까 장로들이 말을 안 듣더란다. 이른바 ‘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다.

영적 공동체인 교회에서도 이러할진대, 투쟁을 그 속성으로 하는 권력의 세계에서야 더 말해 뭐하겠는가. 제왕적 권력을 가졌다는 한국의 대통령도 그 권력은 당선이 확정된 순간을 정점으로 하여 하강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 5년 단임제의 숙명이다.

왕조시대에는 사약을 받고서도 대궐을 향해 네 번 절했다(北向四拜). 임금에 대한 충성심이라기보다는 가족과 후손의 보호를 위해, 종신을 넘어 대를 이어갈 절대 권력에 대한 복종의 표시였을 것이다. 현대사에서 보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들이 퇴장 순간까지 비교적 권력누수 현상을 겪지 않았다. 그들의 지도력보다는 그들이 사실상 임기가 없는 종신 절대 권력자였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던 것이다. 전두환 대통령은 7년 단임이었지만 그가 집권 연장을 위해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없지 않았다. 그게 권력누수 예방 효과를 발휘했지 싶다.

박근혜 대통령이 5년 임기 중 2년도 다 채우기 전에 지도력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말들이 나온다. ‘정윤회 파문’을 비롯하여 거듭된 정부 인사 실패와 대선 공약 파기 등으로 추락한 지지율이 그 지표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핵심부에서 벌어지는 권력 암투를 통제하지 못하고, 여당이 청와대와 엇가고, 대통령 말씀을 열심히 받아쓰기하던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면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의 이탈 조짐이 보이고, 그래서 그의 국정 운영이 더욱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걱정의 소리도 들린다. 집권 3년차인 내년은 마침 큰 선거가 없는 해이기도 해서 각종 개혁 등 그가 계획하고 있는 여러 국가 대사를 실천할 절호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한번 추락한 지도력이 회복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더군다나 시간의 흐름은 단임제 대통령의 편이 아닌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나라의 운명을 가름할 수도 있는 골든타임을 하릴없이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떡하든 박 대통령이 지도력을 회복해 그가 약속했던 민주 복지 국가 건설을 앞당기고 통일의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분위기 쇄신책으로는 정부 인사 개편만한 게 없다. 청와대는 분위기 쇄신을 위한 인사 개편은 없다는 입장인 듯하나, 지금의 청와대와 내각의 진용으로는 흐트러진 민심을 다잡기가 불가능하다.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인사 쇄신보다 더 절실한 것은 박 대통령 자신의 리더십 쇄신이다. 그의 리더십에서는 절대 권력자였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권위적 리더십의 그림자를 지울 수 없다.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물론이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의 소통 부재,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식으로 누가 뭐라 하든 내 소신껏 하고 역사의 심판을 받겠다는 통치철학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나를 따르라”고 해서 따르는 시대가 아니다. 사약을 받고도 북향사배하던 시대도 아니고, 유신을 반대하던 이들을 잡아다가 고문하고 죽이던 시대가 아니다. 마음에 안 들면 청와대 앞에 가서 대통령을 향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해대고, 되지도 않는 일을 가지고 대통령을 고소하는 시대다.

아무리 대통령이라 해도 시대더러 자신을 따르라고 할 순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 시대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권위적 리더십에서 민주적 리더십으로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조차도 대통령 독대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 자신의 국가경영 철학을 강제하려 해선 안 된다. 정책 관계자들과는 물론이고 반대자들까지를 포함하여 국민과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설득하여야 한다. 그렇게 해서 국민을 등에 업는 것이 권력누수 현상을 최소화하고 자신의 국가 경영 목표에 이를 수 있는 지름길이다.

백화종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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