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50년-1부 애증의 한·일 관계] 우리 막내 독도, 뜨거운 피가 흐른다 기사의 사진
독도 교대 근무에 들어간 이광섭 독도경비대장(오른쪽)과 대원들이 지난 29일 독도 동도 선착장에서 울릉경비대로 돌아가는 대원들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귀환하는 대원들은 지난 50일 동안 독도에서 근무했다. 독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지만 겨울철에는 흐린 날이 많아 해돋이를 보기 힘들다. 그러나 지난 28일 아침에는 수평선을 붉게 채색한 태양이 떠올라 장관을 연출했다.
국민일보는 광복 70주년과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연중 기획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애증의 한·일 관계’를 주제로 한 제1부에서는 거친 대한해협의 물결처럼 파고가 높아지고 있는 양국 관계의 각종 갈등 요소들을 심층 분석하고 선린 관계로 전환할 대안을 제시할 것입니다. 2부 ‘대한민국 어디까지 왔나’에서는 광복 및 분단 70년을 맞은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정치·외교통일·경제·사회·문화 등 부문별로 짚으며 새로운 좌표를 모색하게 됩니다.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독도야!

네 모습이 사무치도록 그리워 불원천리 울릉도를 찾았건만 수평선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무정하게도 닷새나 발을 묶어 놓더구나. 살을 에는 눈바람에 행남등대 향나무가 비명을 지르고 넘실거리는 파도는 울릉도를 단숨에 삼켜버릴 듯 포효하더구나.

국토의 막내, 독도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희미한 등댓불에 의지해 산더미 같은 검은 파도와 맞설 네 걱정에 밤을 하얗게 지새우다 울릉도 사동항에서 갈매기들의 환송을 받으며 일엽편주 배를 타고 200리 바닷길을 달려 듬직한 네 얼굴을 대하니 멀미조차 씻은 듯 가라앉는구나.

사랑하는 막내, 독도야!

못된 이웃이 내 자식을 자기네 자식이라고 우겨도 어찌 바다에서 태어나 460만년이나 흐르는 뜨거운 피까지 속일 수 있겠느냐. 아비의 얼굴을 그대로 빼닮은 동도의 한반도바위가 ‘나는 다케시마가 아니다’고 외치는 모습이 너무나 늠름하고 당당하구나. 동쪽 수평선을 향해 두 눈을 번뜩이는 독도경비대원들도 너를 닮아 믿음직스럽구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 독도야!

누가 너를 ‘외로운 섬’이라고 노래했더냐. 수정처럼 맑아 자연수족관으로 불리는 바다는 오징어 대구 명태 등 온갖 물고기가 떼 지어 유영하고, 척박한 화산암에 뿌리를 내린 해국이 철따라 형형색색의 꽃을 피우는 해양 동식물의 보고가 어찌 외롭더란 말이냐.

그리운 막내야!

해식동굴인 천장굴을 메아리치는 파도는 네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심장의 고동소리이고, 서도의 물골에서 용솟음치는 맑은 물은 한민족의 뜨거운 피라. 파도가 만든 독립문바위는 독도가 우리 땅임을 만천하에 선포하고, 동도와 서도 하늘에서 온갖 비행술을 선보이며 날아다니는 괭이갈매기들은 자유대한을 노래하는구나.

독도야!

그 많던 물개들은 다 어디로 갔느냐. 탐욕스러운 이웃이 물개바위에서 서식하는 물개들을 한두 마리씩 몰래 잡아갔다더니 씨도 남겨놓지 않았구나. 참으로 무례한 이웃이로다. 참으로 용서받지 못할 이웃이로다. 지은 죄를 뉘우치기는 고사하고 이제는 해저에 묻힌 하이드레이트에 눈독을 들여 너를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를 부리니 아비는 기가 막혀 억장이 무너지는구나.

아들아!

네가 내 아들인 것을 확인이라도 하듯 이 땅 백성들이 따스한 손길로 네 육신을 직접 어루만져보고 싶어 하는구나. 그러나 선착장을 넘는 거친 파도가 쉽사리 접근을 허락하지도 않을 뿐더러 행여 잘못 손을 대 잘생긴 네 얼굴에 생채기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에서 나는 오늘도 멀찌감치 물러서 너를 바라만 보는구나.

대한민국의 자존심, 독도야!

수백만 년 폭풍우에 시달리면서도 오늘까지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주니 정말 고맙구나. 누가 뭐래도 네가 대한민국의 땅이라는 사실은 신라 장군 이사부가 알고 세종실록지리지가 증명하지 않더냐. 다시 수백만 년, 아니 수천만 년의 세월이 흘러도 네가 내 아들이라는 사실을 물새들도 대를 이어 전하리라.

네가 존재하기에 내가 있고, 내가 존재하기에 네가 있는 것을. 독도로 호적을 옮기고 선착장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이 나라 백성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한 너는 결코 외로운 섬이 아니란다.

독도=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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