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50년-1부 애증의 한·일 관계] 日‘극우 파도’ 맞선 89개 바위·암초 듬직하구나 기사의 사진
독도 동도 정상에 있는 독도등대와 독도의용수비대가 설치했던 3인치 포 등이 지난 28일 석양을 배경으로 일본이 위치한 동쪽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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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로 가는 길은 경색된 한·일 관계만큼이나 힘들다.

울릉도∼독도 여객선 항로는 11월 초부터 이듬해 3월 중순까지 아예 폐쇄된다. 여객선이 다닐 때도 독도에 접안이 가능한 날은 연간 100일 정도에 불과하다. 독도에 발을 디디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여객선이 끊긴 겨울철에 독도로 가는 유일한 방법은 울릉군 행정선인 독도평화호(177t)가 근무교대하는 독도경비대원을 태우고 들어갈 때뿐이다. 하지만 지난 26일 출항키로 했던 이 배도 파도가 높아 움직이지 못했다. 독도경비대원과 보급품을 실은 독도평화호는 27일 울릉도 사동항에서 간신히 출발했다.

하얀 물보라를 꼬리에 달고 망망대해를 달린 지 2시간30분. 동도와 서도를 비롯해 89개의 크고 작은 바위와 암초로 이루어진 독도가 듬직한 모습을 드러냈다.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87.4㎞, 일본의 오키섬에서 서쪽으로 157.5㎞ 떨어진 독도의 행정구역은 경북 울릉군 독도리 1∼96번지다. 면적은 18만7554㎡.

멀리서 보면 하나로 보이지만 독도는 동도와 서도로 이뤄져 있다. 선착장이 있어 독도의 관문으로 불리는 동도는 남쪽 비탈을 제외하고는 60도가 넘는 아찔한 벼랑이다. 333개의 구불구불한 계단을 힘겹게 오르면 ‘한국령’ 암각 글씨를 볼 수 있다. 1954년 광복절에 처음 불을 밝힌 독도등대를 비롯해 독도경비대 막사와 헬기장 등이 손바닥만한 정상에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동도 정상에서는 낯선 나그네가 반가운 듯 삽살개 한 쌍이 꼬리를 흔들며 따라다닌다. 이곳은 서도를 비롯한 주변의 바위와 암초, 그리고 망망대해를 조망하는 천혜의 전망대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특산종인 삽살개가 독도로 이사를 온 때는 1998년. 삽살개는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이 방한복을 만들면서 멸종되다시피 했다. 삽살개보존회는 일본에 저항한다는 의미에서 독도에 삽살개를 기증했다.

최고봉이 98.6m인 동도에는 깊이가 100m 정도 되는 컵 모양의 분화구가 숨어 있다. 정광태의 가요 ‘독도는 우리 땅’에 나오는 ‘우물 하나 분화구’다. 동도 정상에서만 볼 수 있는 분화구는 두 개의 굴을 통해 바다와 연결돼 있다. 동쪽 끝 절벽은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바다에서 보면 한반도 지도처럼 생긴 한반도바위와 독립문을 닮은 독립문바위가 일본을 향해 시위하듯 버티고 있다.

동도로부터 151m 떨어진 원뿔 모양의 서도는 높이 168.5m로 대한민국 국민이 주민등록 전입을 하고 실제로 사는 섬이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에 위치한 3층짜리 어민 숙소는 독도 어부인 김성도·김신렬씨 부부의 보금자리. 최근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면서 분쟁지역화하자 3000여명에 이르는 국민들이 본적을 독도로 옮기기도 했다.

독도 사랑은 신세대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완전무장한 채 칼바람에 맞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백민철(22) 수경은 “일본으로부터 독도를 수호한다는 자부심에 근무를 자원했다”고 말했다. 입대 이후 세 번째 독도 근무를 하고 있는 강준혁(22) 상경도 “일본의 억지에 맞서 독도를 수호하고 싶다는 의무감에 자원을 결심했다”며 돌 하나 풀 한 포기에도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독도는 가고 싶다고 가고, 떠나고 싶다고 마음대로 떠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국기게양대에 걸린 태극기가 강풍에 하루 만에 찢어지는 곳이다. 막사에서 식당까지 10m 거리를 강철 로프를 잡고 다녀야 할 정도로 바람이 거세다. 파도가 강한 날에는 바닷물 담수화 시설도 가동이 중단돼 샤워조차 할 수 없다.

정부는 독도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하려고 했던 L자형 방파제 건설을 백지화한 데 이어 지난 11월에는 입도지원센터 공사 계획을 돌연 취소했다. 안전 관리와 환경 문제를 재검토하기 위해 사업을 잠시 보류했다지만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지나치게 의식한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갈수록 심해지는 일본 아베정권의 우경화와 역사 왜곡에 맞서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독도는 오늘도 거센 파도 속에서 홀로 외로움을 타고 있다.

독도=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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