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철 칼럼] 오픈프라이머리가 공천혁명이라고? 기사의 사진
연말연시를 맞아 정부와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개혁과 혁신을 부르짖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일 국정개혁을 강조하고, 여야 지도부는 정치혁신을 다짐한다. 혁명이란 단어까지 등장했다. 박 대통령으로선 큰 선거가 없는 2015년이 국정개혁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할 게다. 정치권이 혁신을 외치는 데는 20대 총선이 불과 1년4개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각종 개혁안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포기하겠단다.

국민 눈밖에 나 있는 정치권이 스스로 혁신을 하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체포동의안 제도 개선, 정치인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적용, 의원 겸직 금지 대상 확대, 국회도서관장 외부 인사 추천, 비례대표 후보 상향식 선출 등은 박수받기에 충분하다. 약속을 워낙 잘 뒤집는 사람들이어서 실행될 수 있을지가 걱정일 따름이다.

하지만 혁신안 가운데 오픈프라이머리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걸 어쩌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의 유력 대표 후보인 문재인 의원은 이구동성으로 차기 총선부터 오픈프라이머리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말한다. 이는 정당의 공직 후보를 선출할 때 당원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국민이 참여토록 하는 제도로 ‘개방형 국민경선제’라 불린다. 전형적인 상향식 공천이다. 두 사람은 당 지도부가 갖고 있던 공천권을 빼앗아 국민에게 부여하는 것이라며 공천혁명이라고 강조한다.

과연 그럴까. 당의 지도부로선 전략공천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기득권 포기가 맞다. 하지만 국회의원 입장에선 결코 아니다. 정반대일 수도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시행할 경우 현역 국회의원이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 의정활동 설명회와 각종 행사 참석 등을 통해 평소에 표밭을 갈고 닦기 때문이다, 각계에서 좋은 경력을 쌓은 훌륭한 인재라도 연고지에서 열심히 활동하지 않으면 공천받기 어렵다. 국회의원들이 정치 신인의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의정활동보다는 지역 유권자 관리에 치중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전략공천은 과거 당 지도부의 악용으로 인해 종종 비판받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능력 있는 사회운동가나 직능 전문가 등을 정치인으로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노무현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홍준표 안상수 이재오 등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전략공천을 받아 배지를 달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정동영 이해찬 천정배 추미애 신계륜 등을 전략공천으로 정치에 입문시켰다.

이런 제도가 없다면 총선 때마다 국민들이 당에 요구하는 국회의원 공천 물갈이를 해내기 어렵다. 오픈프라이머리가 전면 도입될 경우 “천하의 영웅호걸을 불러모으겠다”는 김무성 대표의 대국민 약속은 현실적으로 빈말이 될 확률이 높다. 거물급은 다 빠지고 국가적 어젠다에 무관심한 지역 토박이들만 국회에 모여들면 어쩔 것인가. 표밭갈이에 부담을 느껴 정치 입문을 꺼리는 직능 전문가는 비례대표 공천으로 소화한다지만 비례대표의 경우 절반을 여성으로 공천하게 돼 있어 자리가 매우 제한적이다.

오픈프라이머리는 돈 선거를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의원 도전자가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려 지지를 이끌어내려면 오랜 기간 조직 관리를 해야 한다. 조직 관리에는 필연적으로 많은 돈이 든다. 총선이 지방선거처럼 지역 졸부들의 잔치판이 될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가 정당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더라도 이런 폐해를 감안해 제한적으로 적용하길 권한다. 어떤 이유로도 전략공천의 기회를 차단해서는 안 된다. 공천심사위원회를 잘 꾸리면 당 지도부의 악용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오픈프라이머리가 공천혁명이란 등식이 항상 성립하는 건 아니다. 또 다른 정치 포퓰리즘인지도 모른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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