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기고-연규홍] 광복 70년·분단 70년을 여는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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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은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인 해다. 1945년 8월 15일, 하나님은 35년간 일제의 압제로 신음하던 민족에게 해방을 선물로 주셨다. 그러나 그해 12월 모스크바 3상회의를 통해 우리 민족은 남과 북으로 분단됐다. 미완의 해방이 된 것이다. 자주적인 통일 민주국가의 꿈은 민족분단으로 좌절됐다. 일제 강점기 민족의 고난과 함께 하며 역사의 희망과 지표가 됐던 한국교회조차 이를 막지 못했다. 곧이어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남과 북이 모두 잿더미로 변하고 민족의 상처 위에 분단은 더욱 고착화됐다.

분단 70년, 실로 끔찍한 일이다. 남북은 증오와 미움의 대결구도로 살아왔다. 한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과 심판을 말했지, 화해와 평화를 말하지 않았다. 남북이 허리가 잘린 분단을 앞에 놓고 어찌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를 말할 수 있을까.

새해 한국교회는 새로운 통일의 꿈을 꾸고 평화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 통일은 이미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 안에서 완성됐다. 그러나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통일은 먼 미래의 것이 아니다. 지금 여기서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의 삶을 살아가는 ‘일상적 통일’ 속에 선물로 주어지는 은총이다. 새해에는 이 은총을 누리는 삶 속에서 통일의 꿈을 꾸고 평화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첫째, 예수의 평화에 근거한 통일의 길은 북한을 원수와 적이 아닌 형제와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 지난 70년 간 이념과 체제가 만들어 놓은 적대와 증오, 미움의 시각을 한국교회는 버려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눈으로 북한을 보자. 긍휼과 자비와 사랑으로 북한을 돕자. 성경은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행 20:35)고 말한다. 오늘날 남한사회는 풍요 속의 부패로 허덕이고, 북한사회는 빈곤 속의 부정의로 신음한다. 북한을 위해 절제해야 한다. 북한의 경제적 빈곤을 돕는 일에 한국교회가 앞장서야 한다. 70년은 길다고 하면 길지만 반만년 민족사에서 보면 지극히 짧은 시간이다. 우리는 하나이기에 하나가 돼야 한다. 이것만이 남북이 주변 강대국 가운데서 함께 사는 길이다.

둘째, 예수의 평화에 근거한 통일의 길은 한국교회 안에 있는 통일론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일치를 형성해 가는 데 있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예수는 “만유를 통일하시고 만유 가운데 계신다.”(엡 4:6) 한국교회 내 진보와 보수의 통일론 대립은 결코 하나님의 절대적 선교사명인 통일을 막을 수 없다. 통일만이 평화의 길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주장을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통일논의가 한국교회의 분열논리로 작용할 수는 없다. 통일을 위해 먼저 한국교회가 하나 돼야 한다. 이는 곧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에서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셋째, 예수의 평화에 근거한 통일의 길은 과거를 넘어 다가올 통일시대의 미래 척도에서 새롭게 이어져야 한다. 70년 간 분단논리 및 자본주의 발전과 함께 한 한국교회의 성장이 통일시대에도 가능할까. 오늘의 성장이 내일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돼야 한다. 예수의 평화는 분단논리와 자본주의 발전을 뛰어넘는다. 다가올 통일 공동체는 한국교회에 위임된 하나님의 새로운 가능성이다. 예수의 평화에 근거한 생명, 정의, 사랑의 우주적 공동체의 이상을 담아야 한다. 지난 70년의 통일논리와 평화실천은 이 토대 위에서 새로운 통일의 꿈과 평화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통일 시대의 표준에 따라 신학과 목회, 교육과 선교도 변화돼야 한다.

새해는 지난 12월 25일 예수 탄생에서 이미 시작됐다. 한국교회는 세상의 평화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기초 위에 서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교회의 주님이며 세상의 주님이다. 한국교회가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에 평화를 선포할 사명이 여기에 있다. 교회는 세상에 속하지 않지만 세상 속에서 세상과 더불어 세상의 평화를 위해 일한다. 교회는 남과 북의 체제와 이념을 떠나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힘쓰는 분단 극복과 통일의 진정한 주체다. 한국교회는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는 역사의 과제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한 사명이다. 통일은 반드시 올 것이다. 그때에 하나님은 평화통일의 길을 준비한 한국교회로 하여금 세계교회를 이끌 은총과 복을 주실 것이다.

연규홍 한신대 신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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