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50년] (2) ‘가는 세월’ 가수 서유석 “능력보다는 사람다운 사람이 지도자 돼야죠” 기사의 사진
가수 서유석씨가 지난달 1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해방둥이’로서 새해를 맞는 소감을 밝히고 있다. 그는 “앞으론 능력 있는 사람보다 인성이 훌륭한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희 기자
1945년 광복되던 해 태어난 ‘해방둥이’가 올해 꼭 70세를 맞는다. 광복과 분단, 전쟁과 혁명,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 등 파란만장한 대한민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헤쳐 나온 세대다. 세상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해방둥이 두 사람이 후배 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들어봤다.

가수 서유석씨는 새해를 맞아 ‘새 출발’을 외치고 있다. 새 출발은 28년 만의 정규 앨범에 실릴 노래 ‘너는 늙어봤냐’의 가사 일부다. 노래의 후렴구가 ‘너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다.

‘너는 늙어봤냐’는 서씨가 정식으로 발표도 하기 전에 ‘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라디오 교통방송 MC를 마친 뒤 수년간 여러 교회를 돌며 간증을 하고 있다. 노인과 중장년층 참석자 앞에서 부른 노래가 ‘너는 늙어봤냐’다. 주류에서 밀려난 노년 세대의 아픔, 남은 삶에 대한 희망이 가사에 담겨 있다. 한 아마추어 여가수는 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만들기도 했다.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최근 조회수 60만회를 넘기며 인기를 끌고 있다.

막바지 음반 작업을 하는 그는 수십년간 변화한 녹음 환경에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예전에는 녹음실 안에 다 모여 녹음했어요. 지금은 녹음실 밖에서도 악기를 기계에 연결할 수 있으니 그럴 필요가 없지요. 현(絃) 사운드를 좀 더 넣고 싶다 하면 신시사이저에서 바로 바이올린 소리가 나와요.”

살아온 70년 동안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느낀 건 물질적 풍요다. “1970년대 헝그리 스포츠이던 복싱이 이제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다이어트 스포츠가 됐습니다. 지금은 알바(아르바이트) 하면 하루 세 끼는 먹을 수 있잖아요. 그때는 그런 알바 일자리도 없었어요.”

문화적으로도 풍성해졌다. “내가 어렸을 때는 미국 드라마가 많이 들어왔어요. 지금은 우리 드라마를 수출하지 않습니까. 광복 이후 진짜 많이 변했죠.”

서씨는 이런 부(富)의 원동력을 한국 엄마들의 교육열로 봤다. 교육열이 인재를 양산했다. 특히 짧은 시간에 비약적 발전을 가능하게 만든 건 소수의 엘리트였다. 하지만 물질적 부와 지식 위주의 교육은 지금까지 이룬 것으로 충분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재산이 많아지면 빚도 많아지는 게 세상 이치입니다. 먹는 것, 입는 것이 얼마나 지나치게 많은지 반성할 때예요.”

그래서 지금은 남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능력 있는 사람보다 사람다운 사람이 사회 지도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학교 과목 중에 있는 ‘도덕’을 왜 그렇게 무시했는지 모르겠어요. 이제는 그런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는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의 비율이 비슷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선한 사람이 너무 부족하다는 얘기다. “산업사회에서 악인이 이 정도 없으면 세상이 아니지요. 하지만 거기에 비례한 좋은 사람이 너무 적어요. 다들 ‘나와 내 가족이 부족하지 않게 살아야지’ 이런 생각만 하고 있지 않습니까. 목숨을 걸고 ‘아니다’하고 나설 수 있는 선비 기질을 가진 사람이 지금의 두 배는 돼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 70년의 미래가 밝아요.”

권기석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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